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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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목요일,
어우 피곤해..
12시 전에 누웠다고 좋아하는 순간 엉덩이에 힘을 주는 듯한 우리 나무. 그렇다. 야밤의 똥파티가 다시 열렸다. 녹황색채소 아니.. 녹황색똥에다 오줌까지. 아, 다시 배가 고플 거라며 1시에 맘마를 먹였는데 뭔가 양이 차지 않는지 계속 오물오물 도리도리하던 나무. 쪽쪽이도 수십 번 뱉고 노래를 불러도, 돌아다녀도, 달래줘봐도 나무는 칭얼거림이 심해졌다. 결국 한 시간도 채 안돼서 다시 먹이고, 트림시키고 누운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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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시간을 잔 나무 덕분에 나도 잘 잤다. 나를 자게 하는 것도 아기, 깨우는 것도 아기. 5시쯤 일어나 먹이고 재우고, 8시쯤 배고프다고 집이 떠나갈 정도로 울길래 먹이고 재우고.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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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은 재료만 준비해놓으면 연휴와 주말동안 우리가 먹을 반찬과 국을 준비해주신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들이 아침에 도착했다. 그리하여 무생채무침, 소고기장조림, 꽈리고추찜, 새우조개미역국 주문을 받으시고는 바쁘게 움직이신다. 첫 미션은 내 아침밥부터 차려주시기. 미역국 호로록 마시고 쓰러지듯 잠을 잤다. 한 3시간 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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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무는 곧 목욕을 했다.
이모님 혼자서 씻기는 모습은 언제봐도 대단했다. 요즘 되게 잘 먹는 나무는 100ml를 먹고 딥슬립 세계로 떠났다. 어제 피곤했는지 오후 내내, 저녁까지도 푸우욱 자고 일어났다. 일찍 퇴근한 남편은 달달한 도넛이 먹고 싶다며 던킨에 다녀온다고 했다. 던킨 찾아 삼만리. 당을 충전시켰으니 다시 육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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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축을 하는데 눈물이 터졌다.
원래 젖양도 적은데다 하루에 한 번밖에 하지 않으니 전혀 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줄었다. 모유를 뽑아내는 일이 이렇게 스트레스인 줄 이제야 알게됐다. 조리원에서만 해도 희망적이었는데, 이젠 즐겁지 않은 시간이 됐다. 먹이고 싶은데 양은 늘지 않고, 직수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으니 아기랑 내가 힘든 상황에, 유축을 하려면 시간을 쪼개야하는데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유를 할 쿨한 성격도 아니어서 속앓이를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변명을 늘어놓는 나에게 실망했달까.. 한바탕 쏟아내고나니 이성이 돌아온다. 다시 유축을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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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되면 눈이 커지는 나무.
아빠는 아기띠를 뿅!하고 나타났다. 이왕 활발한 거 더 신나라고 동요를 틀어준다. 울었던, 슬펐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나무의 초롱초롱한 모습이 쏙 들어온다. 신나게 놀고 자자 나무야. 우리는 밥 좀 먹을게. 현미밥과 미역국을 데워서 후루룩후루룩 드링킹하는 밤. 다시 파이팅 넘치게 아기를 돌보는 우리들. 12월 마지막 날이 이렇게 평범할 수가 있나. 그 흔한 케이크도 안녕, 카운트다운도 안녕, 202년도 안녕. 아기가 있는 집은 모든 걸 다 바꿔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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