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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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금요일,
통째로 날아가버린 밤.
12시 넘어서 맘마를 먹이고 말똥구리는 잠을 잘 생각이 없는지 꽤 오랫동안 파닥파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기를 재운다는 게 나를 재웠나. 쿨쿨쿨. 남편이 아기를 보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맘마를 먹인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꿈나라로 숑. 그 새벽에도 바로 잠들지 않던 우리 아가야 체력이 아주..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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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문자들이 쌓여있었다.
내게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며 복을 나눠주는 사이좋은 사람들. 이제는 아기 나무의 건강과 행복까지 빌어주고 있었다. 코로나때문에 아버님 생신도 조용히 넘어가고 전화로 축하를 해드렸다. 가족들, 친구들, 동생들, 지인들 모두모두 웃는 2021년이 되기를. 해피해피뉴이어. 우리도 1월도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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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게임을 하듯 밥을 먹는다.
국과 반찬이 있어서 꽤 편하게, 든든하게 잘 먹고 있는데 뒷처리는 남편이 해주고 있다. 잘 챙겨먹는 것만큼 자주 하게 되는 설거지. 뿐만 아니라 나무를 안고 둥가둥가 걸어다니며 놀아주고 재우는 것도, 열탕소독, 나의 잔심부름까지 해주는 고마운 사람. 귀여운 나무까지 우리 품안에 있다니. 당신이 없는 나와 우리를 생각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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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된 나무.
해가 바뀌자 나무는 2살이 되었다. 2살, 2개월. 하나씩 늘어가는 개인기?와 새로운 모습들에 놀라워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를테면 쪽쪽이를 하기 싫을 때 확 뱉아내기, 쪽쪽이를 무는 동안 어설프지만 손을 사용해서 잡기, 자다가 아주 슬픈 표정으로 울 때, 똥 묻은 엉덩이를 씻겨줄 때 시원하다고 가만히 있을 때, 놀라운 등센서 능력 등등. 곧 졸업할 신생아가 아쉬워 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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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3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내가.
남편이 그동안 아기를 보고 있었고,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소망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웹툰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소박한 그 소망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양가 부모님들한테 영상통화로 말똥구리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너무도 좋아하신다. 이렇게 이쁨 받을 줄 몰랐는데, 요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활력소가 되었다. 다들 나무 앓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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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다시 시작된 나무 시간.
자고 싶어도, 안 자고 싶어도 찡찡찡. 그럴 때마다 아빠는 아기띠를 하고 나타나는 용사였다. 등 허리가 휘어지도록 나무를 안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놀아준다. 잘 것 같으면서도 안 자는 나무를 드디어 내려놓고 자유시간을 가지나 했더니, 열탕소독을 하고 있었다.나무와 아빠와의 애착이 천천히 잘 생기기를. 말똥구리 오늘도 잘 커줘서 고마워. 네 곁에 아빠랑 엄마가 있으니까 무서워 하지말고 잘 자 귀염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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