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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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일요일,
남편이 12시 넘어서 맘마를 먹이고 트림시킨다고 토닥토닥하고 있는데 나무가 낯설게 느껴졌다. 통통에서 퉁퉁이 된 얼굴, 묵직하다 못해 무거운 몸, 인자한 삼촌같은 얼굴이었다. ‘나무야.. 왜 이리 부었냐’ 하면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나무가 아닌 것 같다. 그 모습이 웃겨서 둘이서 깔깔깔 껄껄껄. 오늘따라 너무 잘 먹더니 쑥쑥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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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6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이 든다. 몽롱하게 돌아가는 새벽 시간들. 나무는 나무대로 먹고 잠들고, 나는 나대로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다 잠들고. 두 세번 수유가 끝나면 아침이 찾아오고, 우리는 바통터치를 하는 선수처럼 계주를 이어갔다. 엇, 오전 10시가 되니 어젯밤 삼촌같던 나무는 사라지고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나무. 반가워 반가워 어제 어디갔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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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미역국을 데운다.
이모님이 홍합으로 육수를 내고 새우랑 조개를 넣어 한 솥 끓여주신 걸로 주말동안 잘 먹고 있는 우리. 반찬도 거의 똑같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며 열심히 먹는다. 동요를 틀어놨더니 둘 다 몇날며칠을 흥얼거리고 있다. 응가송, 포크레인송 내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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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된 나무.
나무는 이제 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 혀를 움직이곤 한다. 내가 메롱메롱을 많이해서 그런걸지도. 눈을 꾹 감으면 일자(ㅡ)모양이었는데 그 사이로 속눈썹이 자라고 있다. 눈을 감아도 살짝 보일 정도. 그리고 쪽쪽이를 입에 물고 손을 갖다대거나, 내 팔쪽에 눌러서 떨어지지 않게 사용하기도 하는 꾀돌이. 며칠 전부터 눈물샘이 뚫려서 눈물도 흘릴 수 있고, 웃을 줄도 아는 우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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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를 뽕뽕 뀌더니 똥을 눴나보다.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나더니, 기저귀를 갈아달라며 찡찡찡 신호를 보낸다. 얼른 씻기고, 배고플 나무에게 맘마도 먹인다. 유튜브로 배운 것들을 나무에게 적용시켜보는 남편. ‘스으~~’ 방울뱀소리를 내더니 나무가 잠이 들었다, 나는 왜 잠들었을까나. 두 시간 지나서 일어나보니 해가 사라지고 없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며 쭉쭉 음식을 나열하다가 족발을 시켜먹기로 했다. 바깥음식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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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소리에 나가보니 옆집이었다.
아기 낳은 소식을 들으셨는지 축하를 받고, 맛있는 딸기를 얻었다. 저번엔 윗집에서 사과를 주셨었는데, 좋은 이웃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한 오늘. 너무 잘 자라는 나무와 나보다 늘 바쁘게 움직이고 배려해주는 남편이 있음에 또 감사해야지. 셋이서 똘똘 뭉쳤던 연휴, 주말 육아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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