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월 4일 월요일,
나 지금까지 편했던 거였네.
어젯밤에 말똥구리한테 된통당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버렸다. 12시에 맘마를 먹이고 재우려는데 자꾸만 보채고, 자꾸만 울어대서 2시까지 계속 달래도 실패. 남편이 깰까 봐 거실로 나가봐도 꺼이꺼이.. 몇 십분동안 방울뱀 소리도 실패. 결국 무시무시한 아기띠를 하고 나타난 나무 아빠. 겨우 재웠는데 또 맘마먹일 시간이 됐네? 3시에 눕혔는데도 자다깨는 나무는 또 겨우 재운다. 왜 벌써 4시가 넘었지.. 6시되면 또 먹일 시간이겠지.. 아침아 오지마.
.
남편은 회사에 갔고 나무 옆에 붙어있는 나. 정신을 놓고 자다가 다시 아기 소리가 들린다. ‘그래, 맘마 시간이지?..’ 이모님은 오시자마자 밥을 차려주신댔는데 밥맛을 잃었다. ‘자고 싶어요 이모님. 저 밥 안 먹고 잘래요’ 하고는 눈을 붙인다. 그새 이모님은 청소와 빨래, 요리, 나무 돌보기 멀티로 해내셨다. 존경합니다 정말.
.
점심시간에 남편과 함께 행정복지센터에 다녀왔다. 두구두구두구. 오늘은 나무 출생신고하는 날!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계속 왔다. 시장통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행사를 잘 치뤘다. 나무 이름은 이지호. 거듭 고민을 했던 시간 속에서 예쁜 한자도 찾았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우리 셋 이름이 나란히 나오다니. 나무에게도 열 세자리 숫자가 생기다니. 이름처럼 늘 곁에 행복을 느끼렴. 행복한 지호가 되길.
.
나는 참치김밥, 이모는 땡초김밥.
첫끼를 열정적으로 먹고 곧 나무 목욕시간이 돌아왔다. 개운한지 방글방글 웃는 모습에 또 심장이 콩콩. 나무도 자고, 나도 좀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저녁이 다 돼간다. 똥파티를 벌이고 잘도 자는 나무. 저녁에 부디 잘 자기를..
.
이모님이 가시고나서 다시 칭얼대기 시작했다. 수유텀을 약간 어기고 맘마를 먹였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고 다시 우는 나무였다. 좀 잤나 싶었는데도 다시 찡찡. 이유도 모르고 찡찡을 당하는 우리는 꽤 많이 지쳤다. 아무래도 원더윅스인 것 같은데, 딱히 해결방법이 없네? 더 많이 안아주라는 것밖에.. 나무는 오죽 답답할까. 오늘 알게 된 엉덩이쪽에 짓물린 상처때문일까? 배가 아프나? 양이 모자라나? 어디 아프나? 별별 생각들로 진땀을 빼는 육아현장이 여기에 있었다.
.
30일 된 나무.
신생아 졸업을 앞두고 나무는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알 수없는 울음과 보챔의 소용돌이. 쪽쪽이는 이제 싫은지 입을 꾹 다물 때도 있고 뱉기는 더 잘 한다. 옹알이를 하려는지 외마디 소리를 냈고, 울음도 더 애절해졌다. 울려고 코평수를 넓히고 씩씩거리면 우리는 벌써 겁나..
.
오늘밤은 과연 평화로울까.
하루 밖에 안 겪었는데 육아가 무서워진다. 정답을 모른채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아서. 육아 선배님들 이 시기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십쇼.. 도와주십쇼. 나무가 다시 흐느낍니다..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0103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