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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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화요일,
그래도 다행이었던 밤.
그렇게 흐느껴 울던 나무는 12시 맘마를 먹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깨지도 않고 4시간을 자고 일어나 맘마를 먹고 다시 스르륵. 어제와 오늘 다른 점이 있다면 분유 양을 100ml에서120ml으로 늘린 것. 원더윅스라고 생각했는데 수유양이 문제였나.. 도대체 원더윅스는 어느 정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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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는데 남편이 없다.
잠깐 어디 갔는줄 알고 자다가 깼는데 또 없다. 아, 지금 몇시지?하고 정신을 차린 순간 회사에 간 걸 알았다. 우리 둘 다 곤히 자길래 안깨우고 조용히 출근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무는 밥 달라고 찡찡찡. 분유를 타러 가는 그 사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숨 넘어갈듯 우는 나무에게 젖병을 쇽- 물려줬더니 평화를 되찾은 아침..인줄 알았지만 이제는 재워달라고, 안아달라고 찡찡. 엄마의 하루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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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 덕분에 잘 버티고 있다.
아기를 보면서 집안일을 어떻게 할지 눈앞이 깜깜하지만 지금은 이모님 있는 순간을 즐길래. 11시 반에 잠깐 자고 오겠다던 나는 내리 3시간을 잤다. 점심도 잊은 채. 역시 인간의 욕구는 대단해. 나는 먹는 것보다는 잠인가. 아, 밥을 먹었으니 잠인가. 나무 목욕이 끝난 후에 먹는 점심밥은 4시. 토마토주스까지 먹으니 배가 빵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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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삶아 먹으려고 사 놓은 돼지고기를 이모님이 대신 만들어 주셨다. 번거로우실 것 같은데도 우리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저녁엔 윗집 이모가 우리 집에 오셨다. 어제 새해 인사 겸 아기가 있어서 시끄러울 수도 있으니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려고 빵 선물해드렸는데, 되려 선물을 받았다. 정갈하게 적은 편지와 예쁜 아기옷. 이웃에게 편지를 받아본 게 처음이라 눈물이 나왔다. 예쁘게 잘 자라길 바란다고, 언제든 놀러오라고, 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달라는 이 글이 왜 이리 감사한지. 참 좋은 이웃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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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온 남편은 육아삼매경.
내가 일기를 쓸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남편이 나무를 안고 재우고 놀아준다. 일기를 쓰는데에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닌데, 배려해주는 덕분에 매일매일 기록을 잘 하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용식이 설레는 대사 ‘네가 먼저 했다’를 ‘네가 먼저(쪽쪽이) 뱉았다’를 매일매일 나무에게 말하는 횽식이 너무 웃기잖아. 그와중에 나무 코평수가 넓어진다.. 맘마 준비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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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신생아 안녕.
아직도 생생한 배부른 임산부, 따꼼따꼼한 출산하던 날,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신기한 아기 모습, 두근두근 아기를 안고 집으로 오던 날의 기억들. 1개월 0일 나무야 엄마 아빠의 하루를 빼곡빼곡 예쁘게 채워줘서 고마워. 오늘밤도 잘 먹고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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