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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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목요일,
어젯밤은 꽤 괜찮았다.
꺼이꺼이 울 줄 알았던 나무는 생각보다 빨리 잠을자러갔고, 우리의 육아 스위치는 1시에 끌 수 있었다. 3시에 먹이고 재우고 돌아서면 다시 수유텀이었다. 눕혔는데 눈을 뜨길래 아주 잠시 아찔했는데 새근새근 소리가 들린다. 눈 뜨고 자는 스킬이라니. 5시 반에 일어나 먹이고 재우고. 곯아떨어져 자느라 남편이 출근하는 것도 못 본지 3일 째. 펑펑내리는 눈 소식에 하얀 세상을 꿈꿨지만, 바깥은 달라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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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고 씻고와서 나무랑 침대에 누웠다.
놀라지 않게 몸을 꼬옥 붙어서 토닥토닥. 어느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 다 꿈나라로 떠난다. 나무는 곧 맘마먹을 시간이라 울면서 나갔고, 나는 그 자리를 지키며 내리 3시간을 잤다. 2시 반에 눈을 떴는데 입맛이 없어서 바로 나무 목욕시키러 고고. 나는 매번 구경만 하는데 이모님은 정말 능숙하게 잘 하신다. 나무랑 놀아주며, 달래가며, 구석구석 씻겨가며. 나도 하다보면 늘겠지. 아직까진 겁쟁이 쫄보라 엄두도 못 내지만 아기 콧구멍에 면봉을 넣을 수 있는 단계는 되었다. 나는야 코딱지 사냥꾼. 나무야 콧구멍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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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듯, 이모님은 밥을 차려놓으시고 내가 자고 있으면 먼저 식사를 하신다. 3시 반에 먹는 점심.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베란다엔 빨래들이 수북하다. 어른 옷, 나무 옷이랑 수건들을 세탁해서 널고 계속 돌아가는 건조기. 이모님덕분에 집도 깨끗하고 나는 마음 편하게 잘 쉬고 있다. 이제 남은 4번의 만남. 이모님이랑 나무랑 나랑 추억 잘 만들어야지. 밥솥이 왜 계속 말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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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통닭에 넘어갈 뻔한 우리.
이성을 찾고 이모님이 해주신 음식들을 꺼내서 밥을 먹는다. 나무가 자고 있을 때 먹어야 한다며, 한 숟갈을 뜨는데.. 갑자기 잘 자던 나무가 꿈틀꿈틀. 어찌어찌 다 먹고 울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건드렸다가 뿌애앵. 오줌 폭탄 맞고, 울음 폭탄에 당황스럽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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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한 통영 엄마아빠랑 영상통화는 계속된다.
새벽 1시까지 안 자고 있을 거니까 나무가 말똥말똥하면 보여달라고 했다. 그 시간까지 뭐 하냐고 물어봤더니 미스터트롯을 보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성사된 만남. 재채기, 하품, 희로애락 등 다양한 재롱들을 보여드리고 나무는 남편이랑 시간을 보내는 중. 일방적인 사랑. 나무는 딴 곳을 보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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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된 나무,
눈썹선이 생기더니 눈썹이 자라난다.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 속눈썹도 조금 더 길어졌다. 조금 낙낙했던 70사이즈는 작아져서 보내줘야할 때. 빨기반사, 모로반사는 여전히 열정적인. 모자를 씌우거나 콧구멍에 손을 대면 잔뜩 찌푸리는 싫은 건 바로바로 티 내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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