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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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금요일,
말똥구리는 한참을 놀다가 1시에 맘마를 찾는다.
남편을 먼저 재우고 나무를 돌보는 고요한 시간. 요 작은 것이 배고픈 것도 알고 졸린 것도 아네. 슬며시 눕혔더니 졸린지 눈이 점점 작아졌다. 잘 자고 일어나, 배고프면 울고. 우리가 당장 달려갈 테니. 고맙게도 4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우리를 불렀다. 천천히 120ml을 먹고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나무. 누가 분유에 자양강장제를 넣었나. 파닥파닥 똘망똘망 언제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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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
베란다만 나가도 바깥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나무가 아침 맘마를 먹고 자는 사이에 나도 아침 맘마를 먹는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잠깐 누웠을 뿐인데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라진 3시간동안 이모님은 오늘도 우리집을 위해 열정적으로 이 방 저방을 누비고 다니신다. 주말을 책임질 새우랑 조개넣은 미역국까지 끓여놓으셨네. 데자부인가. 어제처럼 나무를 목욕시키고 늦은 점심을 먹는 오후. 그러다 보면 금방 6시가 돼서 남편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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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통닭먹는 날.
며칠동안 말썽을 부리던 밥솥이랑 싸우다가 겨우 고쳤는데, 이모님이 밥도 해주고 가셨는데 우리는 바깥음식을 시킨다. 간장, 후라이드, 양념 세 가지 맛을 펼쳐놓고 냠냠냠. 고맙게도 나무는 우리가 먹을 시간동안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밤 열시. 곧 돌아온 똘망똘망 말똥구리 시간이 온다. 아빠 품에 안겨서 낑낑낑. 꼬집고 버티고 뻥뻥 발로 차는 무법자 나무는 쪽쪽이를 껌처럼 씹더니 이제는 소리친다.. 너의 외침을 제대로 알고싶어라..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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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듣는 이루마 연주곡들.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Chaconne(샤콘느). 이 곡을 들으면 따뜻하고 찡하고 기쁘고 슬픈 감정이 휘몰아친다. 아릿한 기억들, 고마운 날들, 행복한 추억들이 휘리릭. 아기와 함께 듣는 날이 오다니. 좋아. 행복해. 나중에 나무가 좀 더 자라면 시시콜콜 다 얘기해줘야지. 엄마의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좋아하는 음악, 음식, 취미, 취향까지 모두 다. 그런 의미로 나는 부지런히 기록을 하고 오늘 이 순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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