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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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화요일,
으아으아 피곤해.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들러붙어 있었다. 퉁퉁부은 얼굴, 귀신 산발머리, 거의 감겨있는 눈으로 남편에게 아침인사를 했더니 웃는다. 내가 봐도 못 생긴 얼굴을 엄청난 인내심으로 바라봐주는 남편 대단해. 귀엽다고 말하던데... 엄청난 콩깍지가 눈에 덮여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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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99일 차.
여러 일정들이 있어 한동안 가지 못했던 운동. 오늘도 일등으로 도착한 우리는 쾌적한 공기 속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어느새 꽉 차 버린 요가 학원. 그나마 다행인 건 에어컨 제습기를 켜줘서 덜 힘들게 힘을 빼고 있다. 삐걱삐걱 몸이 고장 난 듯 버퍼링이 걸린 이숭이. 내 생각만큼 닿진 않아도 오랜만에 쭉쭉 뻗어서 시원하고 개운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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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이모랑 점심을 먹었다.
육천원짜리 간고등어정식. 나름 남김의 미학을 발휘해서 밥을 조금 덜 먹었다. 여기 와서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 ‘집에서 이렇게 반찬을 만들어 먹지 못하니까 효율적인 밥상’이라고.. 이모가 사주신 밥을 맛있게 먹고 불볕더위를 뚫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2층 중간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아이스 카페라떼, 나는 쿨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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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34도.
통영은 진짜 시원했는데...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 뜨거운 바람이 들어와서 닫고 지내는 편이다. 오늘따라 뜨거운 입김을 부는 바깥공기가 부담스러울까 봐 고무나무에게 시원한 물을 퍼부어줬다. 부지런히 잘 자라고 있는 초록잎들. 참말로 귀엽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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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어제 메뉴에서 하나가 추가됐다.
엄마표 더덕무침. 양념갈비를 촉촉하게 굽는 방법을 알아내고는 멋없이 뜯어먹는 이숭이. 그리고 완두콩밥을 사랑하는 남편. 다 맛있는데 마주 보며 먹으니 더 맛있는 식사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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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기를 교체하는 동안 우리는 부엌 수납장 정리를 했다.
정리에 약한 이숭이는 ‘이 칸에 나무제품을 놔두고 싶다’는 요청을 하고 같이 다 엎어버렸다. 안 먹는 차, 필요 없는 물건을 버렸더니 조금 더 깔끔해진 것 같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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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론 한 통을 그 자리에서 비웠다.
‘응답하라 1997’ 한 편을 보고 쇼파에 드러누워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대는 중이다. 날도 더운데 질척거리는 이숭이, 성가시다는 표정을 보이는 남편. 그가 쓰려고 꺼내 둔 노트에 내 마음대로 낙서를 슉슉 해놨다. 헤헤헤헤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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