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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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수요일,
요가 100일 차.
오늘 아침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몸을 일으킨다. 100이라는 숫자를 보며 의미부여를 하기 좋은 날이기에 운동을 하러 갔다. 경축 요가 100회!!!!!!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끈기가 부족하고, 게으름이 가득했는데.. 작년 10월부터 오늘까지 총 100번의 요가수업(필라테스 포함)을 들었다. 중간에 덜 빼먹었더라면 더 일찍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 물개박수 손박수 발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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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당연히 뻣뻣하고, 허리와 뼈가 점점 굳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봐도 내게 필요한 건 요가였는데... 쫄보 쫄보 왕쫄보는 등록을 하지 못했다. 너무 막대기라 못 가는 이유 첫 번째, 터질 듯이 달라붙는 쫄바지 때문에 부끄러워 못 가는 이유 두 번째, 정적인 운동이 상상이 되지 않아 못 가는 이유 세 번째, 가보지도 않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요가학원을 못 찾아서.. 등등. 못 갈 이유만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다 10월부터 용감하게.. 아니 쭈뼛쭈뼛 다가갔다. 나 빼고는 다 잘하는 분위기 속에서 4개월 동안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는 고군분투를 했다. 그러다 조금 적응이 됐는지 맨 앞자리 오른쪽에서 용을 쓰고 있는 중. 극적인 유연함은 없어도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어 좋은 운동. 나 운동하길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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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영어책을 펼친다.
밀린 영어 진도를 맞추려고 그저께부터 챕터 두 개씩 공부를 했다. 오늘은 스티브 잡스 연설문 마지막 날이자, 로버트 드 니로 연설문 첫날. 막막했던 영어문장들,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 10명의 명사 연설문들이 4명밖에 안 남았다. 매일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긴장되지만, 멘토님들의 강의랑 끊어서 읽는 방법 덕분에 겨우겨우 읊조리고 있다. 목표는 이 책을 떼고 영화 한 편을 자막 없이 보는 것. 딱 한 편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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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퍼붓는 비.
아침에 널어놓고 간 이불, 촉촉해진 고무나무. 하루 사이에 펼친 연두초록잎.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토독토독 쏴아쏴아 듣기 좋은 빗소리. 온통 회색빛 분위기. 코 끝에 스치는 라면 향기. 그렇다. 오늘 같은 날엔 라면을 먹어야겠다. 삶은 고구마가 날 유혹했는데 어느새 나는 왕뚜껑을 뜯었다. 호로록호로록 맛있는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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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한 식곤증이 찾아왔다.
3시간을 녹아내린 건 비밀... 내가 꿈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남편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라면 먹을까’. 낮에 먹었어도 또 먹을 수 있는 라면. 콜. 인천까지 운전해서 다녀온 남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진짬뽕을 기가 막히게 기똥차게 끓여주는 오늘의 쉐프. 열무김치라 부추김치랑 같이 호로록호로록. 너무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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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를 우려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쏟아서 혼자서 난리 난리 물난리. 그 다음 표고버섯을 썰고 메론 한 통을 잘라서 통에 담았다.남편은 소파에 누워서 발가락 까딱거리며 메론을 먹는다. 나는 한 번씩 뒤돌아 보면서 남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메론 한 개를 집어먹는다. 사람 온기가 있는, 애정의 기온이 있는 우리집이 최고야. 오늘은 일기도 일찍 썼고 이제 딩가딩가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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