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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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일요일,
어젯밤에 남편은 영혼이 탈탈 털렸다.
잠투정이 심한 나무는 안아주지 않으면 잠을 못 잘정도로 예민한지 내려놓으면 금방 깬다. 한참을 찡찡거리다 겨우 재웠는데 곧 돌아온 수유시간에 둘 다 제대로 지치고 말았다. 나무는 오죽하겠냐만은. 11시, 1시 40분, 4시 45분까지는 내가 돌보고 그 다음은 몰라.. 너무 피곤해서 아기 우는소리가 들려도 누워있는다. 남편이 분유를 타러가는걸 보고는 안심하고 쿨쿨쿨. 어쩌다보니 단유를 하게됐지만, 모유와 분유를 혼합수유하는 맘들은 어찌 견디고 있는지.. 틈틈이 유축하고 먹이랴, 분유도 먹이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육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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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다.
오전에도 계속되는 나무 돌보기 활동. 오늘도 코딱지 사냥꾼은 나무 콧구멍을 이리저리 살핀다.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으려고 해동시켜놨는데 기름이 없네? 결국 만두를 찌고 밑반찬들을 꺼냈다. 어김없이 미역국과 함께. 돈까스를 해먹은 것도 아닌데 점심을 두 시에 먹는다. 그 와중에도 나무는 안아달라, 재워달라 찡찡찡. 남편이 재우는 동안에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린다. 돌돌이도 쓰고, 물걸레도 닦고. 이제 좀 깨끗해지나 싶었는데 다시 맘마시간이다. 어질러진 상태로 되돌아간 우리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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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자는 동안 우리도 눈을 붙인다.
나는 좀 더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이랑 나무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다’는 그 말이 어찌나 기분좋던지. 굴떡국을 먹으려고 떡을 물에 불려놓고, 남편이 달걀 지단을 만들던 찰나 보고야 말았다. 초록으로 뒤덮여진 기저귀를.. 조금 이따가 치워줄랬는데 나무가 찝찝한지 칭얼댄다. 기저귀 갈기에서 바로 목욕으로 변경. 나무는 아빠 손에 방귀를 뀌질 않나, 오줌을 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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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나무 엉덩이가 뜨끈뜨끈한 게 느껴진다. 설마 했는데 또 똥파티. 이번에는 머스타드를 연상케하는데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씻기고 왔더니 배고프다고 찡찡. 잠온다고 찡찡.. 나무한테 멱살 몇 번 잡혔다. 스펙타클했던 저녁이 지나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설거지, 열탕소독, 요리, 정리, 아기돌보기, 분리배출, 이숭이 잔심부름 등으로 남편이 지쳤다. 우리집 난리났네 난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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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 엄마는 나무를 분석하려고 귀를 기울인다. ‘이건 속이 불편한가 봐.’ ‘이건 배가 고플 때 내는 소리같은데?’ ‘이건 안아달라고 하는 건가?’ 둘이서 꽤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지만, 우연인지 잘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는 더 많다. 최악의 경우가 배고프고 잠오는데 속은 불편하고, 안겨서 자고 싶을 때?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다.. 졸리면 그냥 자면 좋을 텐데 꼭 우리를 부르는 네가 좋으면서도 힘..드네.쉴새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면서 무릎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어깨랑 목도 아프고 허리는 부러질 것 같은 약골 부모. ‘아.. 젊을 때 아기를 키우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결론을 내린 우리였다. 오늘밤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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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일된 나무,
혀를 사용할 줄 알게 됐다. 낼름낼름거리기도 하고쪽쪽이는 더 잘 뱉는다. 아기는 원래 침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침을 흘린다. 입만 댔다하면 동그란 흔적을 남기고 침이 줄줄줄. 속눈썹은 더 자랐고 소세지팔 소세지다리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오동통한 볼과 엉덩이는 매력포인트. 움직이는 모빌을 한참을 보고 빛이나 조명이 있는 곳에는 오랫동안 시선을 머무른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악’하고 소리를 지르고 눈물샘도 잘 뚫렸는지 일주일 전부터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배냇웃음은여전하고 정서적, 사회적 웃음이 나올랑 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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