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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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월요일,
12시 쯤 맘마먹을 시간이었는데 나무가 자고 있다. 깨우자니 달콤한 꿈나라를 방해하는 것 같고, 안깨우자니 곧 일어나서 울부짖을 나무가 부담스럽고. 이럴 땐 나무에게 맡기자. 울면 맘마를 줄 것이고, 자면 자장가를 불러줄 테니까. 내일을 위해 우리도 눕는다. 그렇게 떠난 우리 셋의 꿈나라 여행. 나무는 4시간을 자고 새벽 2시 반에 눈을 떴다. 잘 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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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재운다.
바로 잠들지 않는, 감성터지는 새벽. 나는 내 sns가 제일 재미있더라. 배 빵빵했던 임산부 시절, 하늘이 노랗지는 않아도 빨래를 쥐어짠 듯한 통증을 안은 출산하던 날, 아픈 몸을 이끌고 아기를 보러 가던 날, 천국천국 조리원천국을 누리던 날 등 내 일기를 찬찬히 읽어본다. 스르륵 눈이 감길 때까지.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몽글몽글. 나무랑 남편 추억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안 까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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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편은 조용히 회사에 갔다.
아기가 낑낑대는 소리에 깼다. 올 것이 왔구나. 나무의 맘마타임. 세차게 울기 전에 분유를 타놓고 최대한 빠르게 기저귀를 간다. 뜨뜻하고 묵직한 걸 오래 차고 있으면 덥고 찝찝하겠지. 부채질도 솔솔 해 주고 젖병을 입에 물려준다. 배고플 때 짓는 표정과 ‘후하후하’거리며 입술을 모을 때 참 귀엽다. 글로는 표현이 안 되는데 입에 쇽- 들어올 때 너무 적극적이야. 매번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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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이 오셨다.
나의 아침밥을 책임져주시는 분. 밥을 먹고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혼자 육아할 때는 언제 씻을 수 있을까. 방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시고, 장 봐온 걸로 알아서 밑반찬까지 만드신다. 우엉채볶음, 쇠미역무침, 무생채무침. 나무를 예뻐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모든 일에 정성들이는 마음이 좋았다. 내가 낮잠을 3시간이나 자고 나오면 자연스레 나무 목욕을 준비하셨다. 끝나면 늦은 점심까지. 이숭이 복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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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왔다.
나의 저녁밥을 책임져주시는 분. 이모님 반찬들을 꺼내고 미역국을 데운다. 후라이를 해서 비빔밥 위에 올리고, 한 숟가락을 뜨려는 순간 나무가 운다. 우애앵. 아기띠를 메고 재우면서 먹는 저녁식사. 대화보다는 먹는데 집중하는 우리였다. 자세가 불편할 텐데 엄마품을 고집하는 나무가 마냥 귀엽다. 남편은 설거지를 하고 나는 화장실에 간 사이에 꺼이꺼이 우는 나무는 얼굴이 새빨갛다. 아이고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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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손짓발짓 동요에 반응하는가 싶더니 졸린가 보다. 눈이 점점 작아지더니 쿨쿨쿨. 잠을 부르는 동요였나.. 이번엔 아빠 품에서 편안하게 자길래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나무야 자고 있었던 거 아니야? 오늘의 마지막 맘마 시간. 맛나게 먹고 밤에도 잘 자자 귀염둥이. 너로 시작하고 너로 끝나는 오늘 하루. 소중한 나무의 하루, 우리의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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