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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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화요일,
낮밤과 날짜에 경계가 없는 요즘.
아기가 잠들면 우리는 눈을 붙였고, 아기가 깨면 우리도 일어났다. 어젯밤엔 내가 먼저 잠들어서 낑낑거리고 있는 나무를 달래지 못 했지만. 다행히 남편이 아기 곁으로 출동했다. 아기 위주로 돌아가는 삶. 몸은 너무나 고단해도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이 작고도 큰 존재와 함께하면서 때로는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겠지만, 일상은 늘 잔잔한 파도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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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와 6시에 일어나 맘마를 먹인다.
낮에는 보통 2시간만 되면 울리는 배꼽시계인데 밤에는 조금 느슨한 알람시계라 아빠랑 엄마의 체력을 조금씩 보충하고 있다. 젖병을 챙겨와 먹일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남편도 덩달아 깨서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뭔가라도 같이하려고 하는 그 모습이 그저 고맙고, 육아동지로서 든든함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새벽에 내가 더 많이 아기를 봐야겠다고. 조금이나마 남편이 더 잘 수 있게 나도 돕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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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한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다. 그새 2시간이 지났는지 나무는 맘마달라고 잉잉. 먹이는 중에 이모님의 초인종 소리에 문 열어주러 갔더니 소리를 지르는 땡고함쟁이 나무. 이번에는 똥파티다. 이모님이 계실 때여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나만 집중했던 삶에 아기가 들어오고, 나의 식사시간은 아기의 똥기저귀와 함께 돌아가네. 똥을 보고도 밥이 잘 들어가는 건 내 아기여서 가능하겠지. 비위가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강한 엄마가 되는 과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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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고나면 힘이 주욱 빠진다.
누워서 잠깐 폰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하려던 것도 못 하고 잠이 드는 나. 밥보다는 잠이 먼저인 나는 3시간을 자고난 후에 이모님이랑 나무 목욕을 시킨다. 그 다음엔 점심식사. 조개와 새우를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멸치볶음과 애호박나물무침을 만들어 놓으셨다. 배고플까 봐 차려주신 한 끼는 무려 8첩반상이었다. 집안살림도 알아서 척척해주신 이모님은 내일이면 마지막이다. 편했던 생활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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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이 가시고 남편이 왔다.
나의 든든한 육아동지는 통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달 생활비는 모두 다 탕진. 대신 우리에겐 돈까스와 새로 사 놓은 기름도 있다. 후라이팬에 돈까스를 튀기는데 나무가 또 신호를 보낸다. 맘마와 트림시키기 시간. 교대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다시 벌인 똥파티. 우왕좌왕 똥 치우기가 끝나고 나무랑 놀고 있는데 흐느끼는 나무.. 엄마 품은 불편하니. 쪽쪽이도 싫대. 아기띠도 싫대. 안고 돌아다니는 것도 싫대. 고개를 뒤로 젖혀서 흐느끼는데 나 어떡하면 좋니. 아빠가 달래면 또 잠잠해지다가 또 내가 데리고 있으니 꺼이꺼이 운다. 지금은 또 아빠 품에서 자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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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꽤 무거워졌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으면 팔이 바들바들 떨린달까. 잠깐 안아주는데도 안 아픈데가 없다. 머리 어깨 허리 무릎 발 특히 손목. 손목 보호대를 하는 날보다 못 하고 갑자기 아기를 들어올릴 때가 많아서 손목이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무릎뼈도 딱딱딱 소리가 나고 꼬리뼈랑 허리는 찌릿찌릿. 심지어 알레르기인지 모를 트러블까지생겼다. 다음주부터 하게 될 ‘나홀로 육아전쟁’에는 몸이 잘 버텨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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