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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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수요일,
우리 침대 옆에 아기침대가 나란히.
아기와 눈을 마주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곤 한다. 꿈틀꿈틀 뭔가 불편할 때는 손을 쭈욱 뻗어 토닥여주기도 하고, 칭얼거릴 땐 재빠르게 안아준다. 자다가도 일어나 나무를 구경했고 괜히 손과 발을 만져본다. 눈으로 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사진을 남기는 게 요즘 나의 습관들. 12시에 맘마를 먹이고 꽤 쉽게 재우고 우리도 눕는다. 아기가 쉴 때 우리도 쉬어야 하는데 왜 놀고 싶을까. 하지만 금세 체력이 바닥이 나서 잠을 자기로 했다. 나무네가족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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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6시에 나무와 시간을 보냈다.
늘 그렇듯 기저귀를 갈고 맘마를 먹였고 트림을 시킨다. 콩나물처럼 쑥쑥 큰 나무는 트림을 시키는 중에도 엄청나게 발버둥을 친다. 엄마 배를 발판삼아 점프를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박치기를 했다. 뽀뽀를 할 뻔한 아쉬운 상황도 만들어졌었고, 버티다 힘이 쭈욱 빠져서 내 몸에 촥 달라붙기도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근새근 잠든 아기.엄마의 심장소리를 자장가삼아 잘 자렴. 나는 나무의 온기를 느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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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남편은 출산휴가가 시작됐지만 오전에 회사를 나가게 됐다. 맘마를 먹이고 세상 말똥말똥한 나무와 함께 배웅하는 건 처음이었나. 아빠가 가고 난 뒤에도 불빛이 있는 곳에 한참을 눈이 따라가고, 우리는 거실을 살방살방 돌아다닌다. 7시부터 이모님이 오신 9시까지 쿨쿨쿨. 나무가 꿀잠을 자는 동안 아침밥을 차려주신다. 마지막 날이라니.. 오늘만큼은 점심을 같이 먹고 싶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무를 돌보다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깼을 땐 남편이 집에 와 있었고, 오늘도 나무가 목욕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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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차려주시고는 이모님은 여전히 바쁘게 보내셨다. 방 청소, 열탕소독, 밑반찬 만들기와 미역국 끓이기, 먼지털기, 세탁, 빨래 널고 개기 등. 이모님이 계시는 3주동안 정말 편하고 든든하게 잘 보냈다. 나무가 앉으면 가득 찰 정도로 작아진 목욕대야, 그리고 낙낙했던 70호, 80호 옷 크기가 점점 작아지더니 튀어나오는 손과 발, 깨끗하게 정돈된 우리집이 증명해주리라. ‘마지막으로 우리 나무 안아보자’는 말에 눈물이 터진다. 나무 사진이랑 꾹꾹 눌러적은 편지를 드리기도 전에 주루룩. 나무를 정말 예뻐해주시던 이모님. 상냥하고 다정한 이모님. 활동하실 때 흥얼거리던 콧노래와 귀여운 동요를 불러주시던 이모님. 늘 정성을 들이고 진심으로 대하던 이모님 감사했어요.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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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음식에 현혹된 두 사람.
미역국은 내일로 미루고 통닭과 피자를 시켰다. 오늘따라 잘 자던 나무덕분에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잘 먹었다. 대신 연달아 2똥파티. 남편이 잠깐 눈 붙이는 동안에 혼자서 치워보려다가 갑작스러운 오줌발사에 ‘도와줘요’를 다급하게 외친다. 씻고와서 얼마 후 또 올라오는 나무의 시그니처 냄새. 설마했던 똥이 맞네. 위에서는 게워내고 밑에선 똥을 밀어내고. 아유 정신없어라.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파이팅. 남편도, 나무도 나도 힘내자. 이제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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