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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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목요일,
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는 우리 나무.
새벽 중에 낑낑거린다 싶을 때 분유를 탔고, 기저귀를 확인했다. 아주 가끔씩 빼고는 트림시키는 중에 이미 비몽사몽이었다.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어주다가 내 귀 옆에서 꺼억- 내뿜는 트림. 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자고있던 남편도 깼을까. 본인도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낄낄낄. 아기를 키우다보면 몇 가지 희열을 느끼는 포인트가 있다. 트림소리가 시원할 때, 대왕코딱지를 파낼 때, 몇 초 사이로 오줌발사를 막을 때, 기분이 좋아서 방글방글 웃을 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재울 때 등등. 다음 시간은 6시. 미션을 수행하고 누운 나무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쌕쌕 숨소리만 들어도 감사해지는 그런 순간. 40일 된 나무와 우리는 오늘도 한뼘 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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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두 번정도 밖에 안 되는 수유시간이지만, 있는 체력 없는 체력을 갉아먹고 있나 보다. 7시 넘어서 잠든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쿨쿨쿨. 남편이 봐줄 거라 믿는 구석이 있어서 더 마음놓고 자러간 것도 있었다. 그때부터 잠깐 잘 줄 알았던 나는 11시가 지나서 눈을 떴다. 거실에는 모빌, 역류방지쿠션, 아기띠 아이템들이 다 출동해 있었다. 안 봐도 느껴지는 나무 돌보기 현장.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편과 바통 터치를 하지만, 남편은 또 다른 집안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육아 시스템. 밥을 차리다 똥파티가 시작돼 모든 게 멈췄다.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후다닥 먹고 나무를 돌본다. 울고불고 난리부르스. 잠투정 달인 나무를 겨우 달래고? 어쩌면 나무도 진이 빠져서 잠든 걸지도 모르지만? 내 품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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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를 하고 나무를 오후 내내 안고 있었다.
남편은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러 나갔다가 커피도 사 왔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베를린카페. 진한 슈페너와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들고 돌아온다. 잔에 가득 담긴 커피가 찰랑찰랑 넘칠까 봐 아주 조심히 운전을 했다고 한다. 고마우니까 한 방울도 안 남겨야지. 흐흐. 첫 맛에 느껴지는 달달함과 땅콩맛이 잘 어울린다.(땅콩맛 맞나..) 남편 커피도 몰래 몰래 마셨는데다 슈페너까지 다 마셨으니까 나 오늘 안 잘래. 나랑 놀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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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했다고 저녁 8시가 됐을까.
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지. 목욕 시키고, 맘마를 먹이고 있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동네 언니가족이 산책하다가 우리 집 근처까지 왔다고 하면서 빵을 선물해주고 갔다. 안 씻은 모습으로 꾀죄죄하게 맞이를 했지만, 너무너무 반가웠던 사람들. 그새 더 자란 곰인형같았던 아가야. 그리고 비몽사몽 헤드뱅잉하던 나무와의 만남. 다정한 이웃이 있음에 또 감사해진다. 따뜻해지면 여섯 명이서 얼른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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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말끔해진 모습을 되찾았다.
퀭한 모습은 어쩔 수 없지만 쉰내가 나지 않았다. 옷도 깨끗해졌다. 내 몸에서 향기가 맴돌았다. 기분도 좋았다. 오늘 처음 선보인 모빌 덕분에 나무는 덜 보채고 꽤 오랫동안 모빌을 보고 놀았다. 늘 반전은 있었지. 방심할 때 터지는 똥파티. 둘이서 신나게 치우고 씻기고 돌아왔다. 나무도 개운한지 두 다리가 들썩들썩 좋아보였다. 고된 하루의 마무리는 빵과 우유. 언니네가 준 마들렌은 육아를 하는 우리에게 보상해주는 달콤한 선물이었다. 냠냠냠. 나무만 잘 자면 그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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