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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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금요일, 12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눕혔는데 찡찡낑낑우앵거리는 나무. 잘 자는 것 같았는데 금방 깨고 말았다. 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달래주는 게 목표. 나무를 번쩍 들어올리고 거실로 나갔다. 안 그래도 피곤할 남편을 안 깨우려고 자리를 옮기기로 한다. 잠투정인 것 같아 품에 끼우고 토닥토닥. 곧 잠이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고 나는 아가 옆에 같이 누웠다. 몸을 붙여서 토닥토닥. 우리 둘 다 잠깐 잔 줄 알았더니 2시간이나 잤고, 다시 각자의 침대로 돌아갔다. 수유시간은 4시와 7시. 야간근무를 마치고 제대로 발을 뻗는다. 남편이 잘 돌봐줄 거라 믿고 굿나잇. 아니 굿모닝. . 윗집 공사소리에 눈이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남편과 아기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는 틈만 나면 모빌 전원을 켰다. 이 방법이 다 통할리는 없지. 나무가 놀고 싶어하는 시간 빼고는 그저 장식품이었다. 그래도 울면서 눈은 모빌을 쳐다보는 네가 귀여웠어. 뭐라도 보이는 것 같아서 안심을 하면서도, 좀 더 재미를 붙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점심을 먹고 옷을 갈아입힌다. 사 놓고 깜빡한 옷. 쥐띠라 귀도 있고 꼬리도 있는데, 문제는 나무가 너무 커 버렸다. 모자를 씌우는데도 꽉 끼고 팔은 튀어나왔다. 울끈불끈 소세지팔을 자랑하는 통통쥐 우리 나무. 아쉬운대로 꽉 끼게 입혀야지. 팔불출엄마는 오늘도 네가 참 예쁘다. . 돌고도는 육아. 둘이 있는데도 정신없이 돌아간다. 청소, 빨래, 아기 놀아주기, 그러다 나무가 울기라도 하면 아찔.. 갑자기 더워진 온도에 나무 얼굴에 빨간 좁쌀들이 올라왔다. 이게 태열인가. 아침엔 이마에 몇 개 있더니 언제 이렇게 퍼진건지.. 역시 아기들은 어른들 체온이랑 다른가 보다. 그때부터 문을 열어두고 시원한 바람이 다니도록 했다. 오돌토돌 자리매김한 좁쌀들이 얄미워지네. 혹시라도 더워서 힘들었을 나무에게도 미안해지기도 했다. 얼른 가라앉았으면. . 통영에서 굴을 보내주셨다. 주변 사람들이랑 나눠먹으라고 5kg 한 박스가 왔는데 양이 꽤 많다. 알도 굵직굵직. 이웃들이랑 시부모님께 드려야지. 최근에 아기 낳았다고 옷이랑 손편지를 주신 윗 집, 옛 요가동지 이모, 동네이웃 언니네에게 한 봉지씩 담아줬다. 생굴을 좋아하는 남편도 호로록. 나는 내일 굴전 해먹어야겠다. 흐흐. 어제에 이어 동네이웃 언니부부가 산책을 하면서 굴을 받을 겸 우리집에 왔다. 여섯명이서 노는 것 같아도 다 따로 따로 놀고 있다. 언니랑 나, 남편들은 각자 아기들을 돌보는 그런 분위기였달까. 나무가 찡찡 울면서 다들 우왕좌왕.. . 오늘은 밤에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낮에 잠을 많이 못 잔 나무가 졸리기도 하면서 배가 고픈 것 같다. 부디 덜 울었으면 하는데.. 물소리와 목욕은 좋아해서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목욕이 끝나는 동시에 배고파서 엉엉엉. 로션을 손으로 발랐는지 발로 발랐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남편은 나무를 재우고, 나는 열탕소독을 끝냈다. 이제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빨래를 개야되네. 우와, 진짜 네버엔딩 집안일과 육아. 둘 다 녹초가 됐다.. 선배님들과 혼자서 아기를 키운 분들, 우리 부모님들 대단히 존경합니다. 짝짝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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