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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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토요일, 일기를 쓰는 시간에 남편이 아기를 봐 준다. 밤 10시~12시에 말똥말똥한 나무는 맘마를 먹고도 잘 생각이 없어보였다. 눈 크기가 말해주네. 눕혀도 낑낑. 이럴 땐 나무를 안아야만 한다. 수고로이 꽤 오랫동안 안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남편덕분에 내 손목과 허리가 쉴 수 있었다. 땡큐. 금방 돌아온 수유시간. 새벽 2시 반, 5시 45분에는 먹이기만 잘 먹이면 재우는 건 어렵지 않다. 나도 같이 졸고 있지만, 바로 잠드는 나무가 고맙네. 잘 먹고 잘 자줘서 고마워. . 아침 일찍 남편은 본가로 향했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고, 어쩌다 보니 반나절동안 나홀로 육아가 시작됐다. ‘꺼이꺼이 울지만 않으면 해볼만 하겠지’하면서 파이팅을 외쳐본다. 배꼽시계대장 나무는 밥달라고 낑낑낑. 웬일로 먹고 바로 자길래 나도 옆에 눕는다. 내 몸과 나무 몸을 꼬옥 붙여서 쓰다듬어 줬는데 어느새 둘 다 꿈나라를 떠났다. 꿈이 신기한 게 나의 현재상태를 반영한다는 거. 예전엔 임산부여서 부어라 마셔라 술파티를 벌이고 놀래서 깬 적이 있는가 하면, 아기를 낳으러 가는 꿈. 최근엔 아기도 낳았는데 제왕절개하는 꿈도 꿨다. 허허허. 그리고 이젠 꿈에 나무도 나온다. 내가 애기엄마라니. . 혼자 청소를 시작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 널기, 먼지털기, 청소기와 걸레로 쓸고 닦기, 열탕소독으로 열을 내고 있을 때 나무는 잘 놀다가도 틈틈이 게워낸다. 그럼 옷 갈아입히고 손수건이랑 매트 바꾸는 걸 세 번 했더니 점점 지친다. 기저귀도 자주 갈아줘야 하니까 금방 돌아오는 시간들. 밥을 포기하고 잠을 잤으니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물 마실 시간도 없다. 다행인지 화장실을 덜 가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었다. 굶으니 몸무게도 내려가는구나.. 역시 다이어트는 식이요법, 음식 줄이는 거였지.. 헥헥거리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남편이 집에 가는 길이라고. 얼른 와요 여보.. . 배는 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던 찰나, 바깥음식을 시킨다. 파스타랑 볶음밥.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베를린슈페너. 공복으로 마시는 커피는 진짜 행복이었다.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것이 여행을 떠나와 있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면 설레고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음식을 펼쳐놓고 한 숟갈을 뜨기도 전에 나무가 눈을 떴다. 너 우리가 밥 먹을 시간을 꿰뚫고 있는 거니? 오늘도 우리 식사는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배를 채웠다. 정리할 새도 없이 벌인 똥파티. 나무와 힘주기 놀이를 하면서 똥을 밀어낸다. 우리 나무 잘 했어! . 거실에서 나무랑 눈을 붙인다. 2시간 반이나 자고 일어난 나무는 밥을 애타게 찾았고, 다시 잠을 잤다. 비몽사몽 아기를 데리고 목욕을 시키고 한 숨 돌리는 두 사람. 목욕을 대하는 아기의 컨디션이 어떨 지 모르니 매번 긴장하면서 씻기는 것 같다. 늦은 저녁식사. 이번에도 교대로 먹지만 둘이여서 괜찮은 육아. 힘들어도 그 과정엔 소소한 행복이 가득하다. 아기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웃는 우리의 하루가 참 소중하다. 왜 다들 폰과 sns에 아기 사진이 차고 넘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틈만 나면 사진을 찍고 영상을 보고, 아기를 뚫어져라 보는 내 모습이 신기하고 웃겨 정말. . 태열인지 여드름인지 땀띠인지 모를 무언가가 나무 얼굴에 많이 생겼다. 정체를 모르니 별다른 방법을 못 찾은 상태. 일단 집이랑 나무를 시원하게 해 놔야지. 보일러도 안 틀고 창문도 자주 열어놔서 우리 집은 찬 공기가 느껴진다. 우리는 패딩입고 자면 되니까 나무만 괜찮아지기를. 해로운 것들아 얼른 사라져라 오바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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