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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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월요일, 11시 반, 갑자기 흐느끼는 나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꺼이꺼이 엉엉엉.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짠하고 귀여운 울음 소리의 소유자. 쪽쪽이는 오늘도 내팽겨치고 눈물은 줄줄 흐른다. 잠투정이 얼마나 오래갈까 했는데 한 15분이 지나고 남편이 거실로 나왔다. 나무는 생각보다 금방 잠이 들었다고 했다. 아빠 엄마가 옆에 있는데 졸리면 그냥 잘 수 없을까 나무야.. 네가 어떤 걸 원하는지 알지 못 하는 게 너무 안타깝고 아쉬워. 안아주면 될까. 같이 옆에 누워서 잘까. 맘마를 먹으면서 자고 싶은 걸까. 주변이 밝고 시끄러워서 잠들기 힘든 걸까. 아이참. 오늘도 큰다고 고생했어. . 12시 40분와 4시, 7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재운다. 원래 평소에 꿈틀꿈틀대면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용을 쓰곤 했는데, 이제는 먹으면서도 꿈틀. 힘은 어찌나 세졌는지 트림시키다가도 내 배를 차고, 도리도리하면서 박치기는 덤. 자세를 좀 바꿔서 들어보려는데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무거워졌다. 그래도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할 정도로 큰 트림소리를 들으면 그냥 괜찮아졌다. 나무 속이 편하겠다는 생각에 하루의 고단함이, 꽉 막혀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이내 잠든 너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이제 아기가 없는 내 삶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크게 차지한 나무의 존재. 고맙고 감사해. . 교대를 하고 달콤한 잠을 잔다.
일어났을 때 남편은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얼마 전에 커피콩을 산다길래 아기 때문에 내려마실 여유가 있겠냐며 드립백을 살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내려서 마시다니. 자기 만의 육아 노하우로 힙시트 위에 수유패드를 올리고 아기를 눕히면 양 손이 자유를 얻는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지. 어떻게든 해 내고야 마는 의지도 대단해. 대설주의보 알림으로 내심 기대했던 눈이, 대구에도 내린다. 풀풀풀 날리다가 어느새 좀 굵은 눈이 휘날렸다. 나무랑 남편이랑 창 밖을 보며 처음 보는 첫 눈에 내 마음도 설렘설렘. 나무야 저게 눈이야. . 왕뚜껑이 먹고 싶어서 사러갈랬는데 집에 삼양라면이 있다. 점심은 라면이다! 나무가 자는 시간을 틈 타 끓였는데 언제 깼냐.. 남편은 아기를 달래고, 그런 남편과 아기를 보는 나. 결국 우리는 불어터진 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끓이면서도 아기가 있는데 너무 용감한 음식일까 했는데.. 면 음식은 안 되겠구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고, 낮잠까지 즐겼다. 나무랑 나는. 옆에 딱 붙어서 2시간을 자고 일어났더니 밖은 컴컴해졌고, 남편은 주방놀이를 하고 있다. 황태채무침과 무생채를 만드는 오늘의 쉐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래놓고 저녁엔 딸기랑 빵, 핫도그로 저녁을 먹는 우리는 정말 웃겨. 흐흐. 고칼로리만 골라 먹었네 오늘. 이번에도 먹으려는 순간을 어찌 알고 깨나요 나무야.. . 11시에 맘마를 먹이고 재우러 들어갔는데, 남편이랑 나무가 다시 밖으로 나온다. 도저히 잘 눈이 아니라며 똘망똘망 말똥말똥한 모습. 안고 걸어다녀도, 쪽쪽이를 줘도 놀고 싶은지 눈은 더 커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이면 졸리지 않겠냐고 물어봤더니, 흑백이 보이는 나무 눈에는 흰색 장롱도, 회색 커튼도, 까만 그림자도 다 신기해서 못 잔다고 했다.아까 낮에 창 밖을 볼 때, 조명을 볼 때, 장난감과 우리를 볼 때 동그래지던 아기의 눈. 초롱초롱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뭔가를 볼 때 이렇게 열심히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반짝이던 눈이었다. 아가야 그래도 밤에는 자러가지 않겠니.. 내일 또 놀자 우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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