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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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목요일,
4시간을 자고 일어난 나무.
잘 때는 세상 모르고 자다가 깨어서는 허겁지겁 맘마를 먹는다. 젖병까지 다 먹을 기세였다. 먹고 나면 잠에 취해 눈이 감기지만 트림을 생략할 수 없지. 거어억 소리를 들어야 안심인 엄마는 나무 등을 쓸어내리고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내 품에 안긴 아기 냄새를 맡느라 킁킁킁. 예전에는 몰랐던 이 냄새를 뒤늦게 알게 된 이숭이는 시도 때도 없이 코를 갖다댄다. 어느 날엔 볼을 부비고 또 어떤 날엔 손과 발을 만지고, 보통날엔 나무 어디라도 닿아있는 나무홀릭이자 나무팬 1호. 고요한 새벽에 가득한 아가의 온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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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구두구 육아 시-작.
남편 출근시간에 나무도 배가 고파서 깼다. 배웅까지는 못 하고 잘 다녀오란 인사만 건넨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발을 들인 홀로 육아의 세계. 아직 어두컴컴해서 그런지 졸린가 보다. 둘이서 7시부터 10시까지 쿨쿨쿨 잤다. 이 때가 좋았지.. 기저귀를 바꾸자마자 오줌을 누는 바람에 매트랑 옷이 다 젖었다. 배는 고프다고 우는데 옷을 입힌 채로 먹일 수가 없으니 벗긴다고 끙끙. 울고불고 난리 부르스 이게 시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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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무 배부터 채워놓고 청소를 시작했다.
건조기 먼지를 털고 세탁기를 돌린다. 열탕소독도 끝내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데 나무가 찡찡 울길래 안아줬다. 어, 냄새가.. 그렇다. 똥파티를 벌였다. 혼자 씻기기엔 겁이 나서 물티슈랑 손수건으로만 깨끗이 닦아낸다. 똥누고 나면 배고파서 우는 나무..를 달래기가 쉽지 않았다. 얼굴이 터질 정도로 울길래 수유텀이고 뭐고 바로 안아주고 맘마를 준다. 이렇게 울면 짠해서 이성의 끈이 다 풀리고 만다. 품에서 쌔근쌔근 자는 것 같아서 내려놨더니 바로 우는 나무.. 이 때 빨래도 다 돼서 널다만 이불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건조기도 다 됐고, 한 번만 더 거실바닥 닦으면 되는데.. 포기. 밥은커녕 물 마실 시간도 없다니.. 하 뭐이리 힘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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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달래놓고 집안일을 끝낸다.
다시 돌아온 수유시간. 이번에도 울고불고 목이 터져라 우는 나무.. 나무야 나도 배고픈데.. 엄마는 언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어제 남편이 내가 걱정돼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반찬도 다 덜어서 담아줬는데.. 왜 냉장고 근처에도 갈 수가 없나.. 밥도 국도 반찬도 다 있는데.. 결국은 소보로빵이랑 두유로 점심을 때운다. 비닐소리에 깰까 봐 비닐도 다 벗기고 숨 죽여 먹는 시간. 이거라도 먹으니 살 것 같네. 내일부터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청소를 할 게 아니라 밥부터 먹어야지. 나 지금 되게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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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는데도 희망적이었던 건 나무가 오후에 잠을 잤다는 것. 트림시키면서 소파에서 나도 앉아서 졸고 나무도 자고. 안방 침대에 눕혀서 같이 3시간을 잤다. 안 잘 줄 알았는데 휴우. 배도 부르겠다 낮에 잠을 못 잤으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남편이 집에 왔는데도 둘 다 자고 있다. 깨워서 또 기저귀 갈고 맘마 먹이고 트림시키기 반복. 드디어 첫 밥을 먹는다. 굴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타르타르소스.. 그게 꼭 있어야 한다는 나 때문에 마트랑 편의점을 돌고 온 남편. 소스도 없고 만들어 먹으려니 피클도 없어서 그냥 돌아온다. 오늘은 굴전을 먹자.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굴전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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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전에 나무 목욕을 시키자.
둘이서 으쌰으쌰 아기를 씻긴다. 오늘은 아빠 허벅지로 오줌 발사! 헛헛한 웃음과 함께 목욕을 끝냈다. 남편이 먼저 씻고, 나도 씻고 나왔다. 와아 내게서 향기가 나다니.. 나도 나지만 퇴근 후에 더 바쁜 남편이었다. 나 챙기랴 아기 돌보랴. 오늘도 12시를 넘어서 자네. 오늘따라 너무 많이 울었던 나무의 47일 하루. 분명히 힘들었는데 아기를 보면서 웃는 순간이 온다. 콧물방울 생각하면 입꼬리가 피식피식 올라간다. 내일은 좀 더 편해지기를. 엄마가 더 노력할게. 사랑해 나무야.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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