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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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수요일,
일기쓰기 귀찮네 흐흐.
12시, 3시, 6시에 나무는 배고프다고 나를 깨웠다. 엄마 귀는 열려있어야 하는데 가끔 깊이 잠들어서 못깨기도 했다. 아기가 울어서 깬 건지, 내가 깬 건지. 아무튼 4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숭이였다. 이번에도 크게 울기 전에 분유를 타 오고 기저귀를 가는데, 그 타이밍을 어떻게 아는지 분유를 타러 갔을 때 나무는 엉엉 울고 있었다. 아이참. 갑니다 갑니다. 맘마를 먹이다가 꿈뻑 졸아서 위로 세워져야 할 젖병이 스르륵 내려온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에 화들짝 깨는 피곤한 엄마 이숭이는 오늘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기들은 배앓이를 하기 때문에 젖병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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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나는 퇴근하고 남편이 출근을 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쿨쿨쿨. 오전 일찍 피부과에 가려던 계획은 잠에게 밀리고.. 남편은 모닝커피, 심지어 내린 커피를 마시고 팥빵과 우유를 먹고 있었다. 나무도 안 자고 똘망똘망 놀고 있다. 보통 밤에만 가렵던 피부트러블이 낮에도 올라왔다. 오전에 다녀와야지. 그런데 옷 갈아입고 준비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거북이가 되었나. 나가려니 배고프다고 우는 나무. 분유를 타 오려고 하니 남편이 제발 좀 가라며, 빨리 좀 가라며 등을 떠민다. 내 사랑들 안녕.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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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밖으로 나온 건 얼마 만인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근처에 생긴 카페 구경하고 가게들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살방살방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여유있었다. 병원은 어딜 가든 사람이 많네. 피부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접수를 하고 1시간~1시간 반은 기다려야 한단다. 점심시간이랑 겹칠까 봐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내 차례. 묘기증인데 사람마다 다 달라서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출산 후에 생기는 사람도 있고, 공기, 음식, 몸상태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 기간을 6주를 기준으로 만성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고 했다. 나는 아직 만성까지는 아니니까 약한 약을 일주일동안 복용하고 계속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약으로라도 가려움이 잡히면 좋겠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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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에 가서 기프티콘으로 먼치킨팩을 바꿨다.
소중하게 들고 행정복지센터로 고고. 우리 나무 아기 주민등록증을 받으러 갔다. 효력은 없지만 기념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등록증을 들고 집으로 가자. 아까 구경했던 카페가 오픈했길래 구경만 하다가다시 방향을 돌렸다. 햇살 좋은 날, 신나게 내리쬐는 공원을 저벅저벅 걷다보니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 나름 첫 자유시간이었는데 딱히 갈 곳도 마땅히 없고, 무엇보다 남편이랑 나무가 생각나서 일찍 돌아왔다. 그새 나무는 똥파티를 벌였고, 둘이서 으싸으싸 파이팅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자마자 쫑알쫑알 수다를 떨다가 떨어뜨린 먼치킨팩.. 빵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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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대신에 두부로 만든 찌개, 무생채와 양배추, 참기름을 넣어서 슥슥 비빔밥, 밑반찬과 함께 진짜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다. 두유까지 원샷하고 놀다가 셋이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나무도 40분을 자다가 일어났고, 남편도 깼는데 나만 비몽사몽 꿈나라를 헤맨다. 2시간만 자면 바깥은 컴컴하더라.. 오늘은 청소도 못했는데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나.. 나무를 달래고 놀아주고 재우고 맘마를 먹이는데 시간을 쏟는다. 남편이 저녁에 끓여놓은 소고기미역국. 우리는 꼭 바깥음식을 시켜먹곤 하지. 교촌치킨을 주문하고 먹으려고하면 나무는 울었지. 다음에는 꼭 순살을 시키리라. 또 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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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목욕시간.
아기다람쥐 노래를 불러주니까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말똥말똥한 나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높은 톤으로 나무를 부르고, 달래면서 속도를 내며 씻겨 주었다. 게워내서 콤콤하던 나무는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랑스러워라. 그리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울길래 맘마를 다시 먹인다. 120ml을 먹이다가 110ml씩 먹였더니 빨리 허기가 지나보다.. 문제는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말똥말똥하다는 거. 분명이 남편이 재웠는데 왜 깼니.. 언제자니.. 오늘부로 남편출산휴가가 끝났다. 같이육아 끝. 나보다 많이 움직여줘서 고마웠어요 여보. 내일부터 홀로 육아전쟁에 뛰어들 생각을 하니까 너무 걱정되지만 이 또한 잘 지나갈거라 믿고 힘내자. 나무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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