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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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금요일,
오메, 알다가도 모를 아가야.
1시 40분에 맘마를 먹이고 2시 반이 되어도 안 자는 말똥말똥한 나무였다. 남편도 늦게까지 지켜보다가 잠들었고, 나도 점점 눈꺼풀이 내려오는데 나무만 멀쩡하다. 우리 집 체력왕이네.. 왜 이렇게 파닥파닥 기운이 넘치는 건데. 가만히 있는 이불이랑은 왜 씨름하는 건데. 귀염둥아 졸리면 자자. 억지로 참지 말고.. 그러다 맘마먹을 시간 4시, 6시가 금방 또 찾아왔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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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많이 자지않아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를 구원해줄 이들이 오고 있었기 때문. 통영에서 아빠 엄마가 오셨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8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하신 아침형 인간. 알고보니 엄마는 3시에 일어나셨다고 했다. 아이고야. 오늘도 카트를 끌고 짐 한 가득을 가지고 오신다. 반찬을 부칠랬는데 아빠는 나무가 눈에 밟혀서 살짝 다녀오자고 하셨단다. 딸래미 몸조리 하라고 끓인 미역국, LA갈비, 여러 나물들과 어리굴젓과 생선부침, 우리가 좋아하는 가게 추어탕, 떡국가래 등등. 딸기도 얘기했더니 한 박스를 사 오셨다. 아이참. 이래서 친정이 최고인가. 우리도 우리지만 나무를 정말 예뻐해주셔서 좋다. 마스크를 끼신 채 나무가 있는 곳을 향해 이름을 불러보신다. ‘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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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 자고 있는 우리 나무.
세상 순둥이가 따로 없었다. 어제 나와 남편을 그리 힘들게 했던 아가야였는데, 어떤 소리에도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씩씩쌕쌕 깊은 숨소리를 몰아가며 잠에 빠졌다. 원인을 찾아보자면 늦게 잔 거랑 비오는 날씨때문이었을까. 3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일어날 생각이 없다. 아빠랑 엄마는 일찍 가신댔는데.. 이러다 눈 감은 모습만 보여드리게 생겼네.. 맘마 먹고 또 자고, 맘마 먹고 또 자고. 오늘만 본 나무는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지 않는 아기였다. 오후 3시에 가신댔는데 1시 반에 눈을 뜬다. 귀여운 옹알이에 한 번 웃고, 재채기에 한 번 웃고, 배냇웃음에 또 웃고, 똥 눴다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찡찡거리는 거에 또 웃는다. 이 작은 존재가 몇 명을 웃게 하는지. 부모님이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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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외투를 입고 갈 준비를 하신다.
좀 더 있다가 가시라 해도 한사코 거절하시더니 작별인사도 꺼내셨다. 아기는 맘마달라고 보채는데, 부모님은 가시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그냥 눈물이 났다. 짠하게 우는 나무를 따라하는 내 모습에 웃고 울고. 왜 매번 헤어질 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우리 셋 다 눈물이 그렁그렁거린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 다음에 또 못 온다’는 말씀에 쿨한 척 웃으며 빠빠이를 했다. 맘마 먹이느라 배웅도 못 하고 손만 흔들흔들. 오늘도 철부지딸은 내리사랑을 한껏 받았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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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무가 달라졌다.
세상 순둥이가 긴장이 풀렸는지 원래대로 돌아왔다. 보채고 울고 불고. 졸릴 것 같아서 침대로 데려가 나란히 눕는다. 잘 것 같더니만 금방 깨서 낑낑끙끙. 이제는 배고프다고 울더니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얼굴 시뻘게지도록’ 숨 넘어갈 듯한 모습으로 우는 나무. 엄마는 오늘도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맘마를 맛있게 다 비우고 이제는 품에서 자는 모습에 또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냥 다 고마워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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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근했다.
얼른 저녁밥을 먹자며 후다닥 차려서 먹는다. 시간이 주어질 때 배를 채우는 게 우리의 우선목표랄까. 나 오늘 3끼 먹은 거야? 흐흐. 어제처럼 바로 나무를 목욕시키기로 한다. 뽀송뽀송 귀여운 나무를 데리고 놀다가, 침대에서 셋이서 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똥파티와 오줌파티로 또 바쁘게 보내고, 이번엔 안아달라고 배고프다고 찡찡거리는 달래는데 시간을 보낸다. 늘, 남편이 있어서 남편 덕분에 이렇게 일기도 쓰고, 잠도 자고 쉴 수 있다. 나의 육아동지에게 무한 애정과 감사를. 귀염둥이 순둥이 나무야 오늘밤도 잘 부탁해. 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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