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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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토요일,
12시쯤 나무를 우리 침대에 눕혔다.
남편과 나 사이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며, 새삼 아빠 엄마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꼬물꼬물 이 쪼꼬미가 우리 아기라니. 소곤소곤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고는 둘이서 코끝이 찡해지는 밤을 보낸다. 아빠와 엄마의 몸에 딱 붙어서 새근새근 자는 나무는 과연 우리랑 같이 잘 수 있을까. 다음 수유시간까지는 여기서 재우기로 하고 셋 다 꿈나라로 떠났다. 오메. 나무가 4시간 반이나 잤다. 나도 깊게 잤는지 나무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을 못 했네. 남편이 침대 끝자락에 붙어 자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나무가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자고 일어난 게 마냥 신기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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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덕분에 10시까지 쭉쭉 잤다.
오늘도 모닝커피를 마시고 심지어 밥도 먹었다고 했다. 국까지 데울 수가 없었다며 밥이랑 반찬만 꺼냈다던데 든든하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오늘따라 잘 자는 나무는 3시간 반만에 맘마를 먹는다. 요즘은 110ml과 120ml 사이에서 분유를 조절해서 주는데, 길게 자고 일어났을 때는 120ml을 주고있다. 늘 남기지 않고 잘 먹는 건 아빠를 닮았나. 그래서인지 80호 옷도 딱 맞아진데다 종아리나 허벅지도 살집이 느껴졌다. 속눈썹은 또 어찌나 잘 자라는지 매일매일 자라는 아기를 관찰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는다. 벌써 50일이 다 되어가다니. 정말 많이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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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가기 전에 깨죽을 데워줬다. 나무를 안고 재우면서 먹는 아침밥. 일주일간 피부약도 잘 챙겨먹어야겠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청소를 해보려고 하는데 나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안방만 끝내놓고 나무 맘마 먹이고 재우기 시-작.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우리 둘 다 쿨쿨쿨. 남편은 또 언제 왔는지. 부시시한 모습으로 거실로 향했다. 아기를 맡겨놓고 본격적으로 청소를 했다. 미세먼지도 없으니까 창문 활짝 열어놓고 쓸고 닦고. 눈에 띄게 깨끗한지는 몰라도 내 마음이 깨끗해졌다고 믿었다. 간식은 고구마식빵이랑 우유, 꼬깔콘. 간식이 맛있어지네. 살 빼야하는데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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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때문인지 나무는 틈틈이 계속 잠을 잤다. 아기를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자고 있는 건 비밀.확실히 아기침대보다는 엄마 아빠 품이 좋은지 더 많이 자고 잘 자는 것 같았다. 맘마시간 30분정도를 남겨두고 얼른 목욕시켜야지.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하는 나무는 눈이랑 코 주변만 다가가도 찡그리고 내 손을 피했다. 눕곱사냥꾼 아빠와 코딱지사냥꾼 엄마를 둔 아기의 삶이란. 그래도 물 속에 들어가면 좋은지 편안해보인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엄마 심장은 콩콩콩. 으쌰으쌰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갈아입힐 때 나무는 코 평수가 넓어지곤 했다. 배고파요 맘마주세요. 후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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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먹는 저녁밥은 10시.
우리가 먹을 때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나무는 안아달라고 찡찡찡. 뭐 했다고 밤 10시가 됐지. 어머님이 주신 소고기국을 데웠다. 국이랑 반찬은 다 준비됐는데 밥이 모자라다. 둘이서 의좋은 형제처럼 서로 먹으라고 주고받다가 결국은 사이좋게 반씩 나눠먹고 간식으로 곶감까지 먹었다. 밤만 되면 잠투정에 칭얼거리는 나무는 아빠 품에서 잘도 자고 있다. 오후에도 아빠랑 자고 지금도 아빠랑 자는 귀염둥이. 이 순간조차 아쉬워 사진을 남겨본다. 오늘도 뭐 특별한 것 없이 지나간 하루. 나의 하루에는 남편과 아기만 있네. 소중하고 소중해서, 옛날 일기랑 아가야 사진들 보다가 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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