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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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일요일, 오늘도 셋이서 잔다. 나무를 가운데 눕히고 오른쪽에는 남편이, 나는 왼쪽에. 더울까 봐 이불대신에 얇은 손수건을 다리 위에 올려주고, 우리는 이불 모서리를 붙잡아 덮는다. 이번에도 잘 자면 침대와 우리가 주는 아늑함때문이리라. 두 다리를 번쩍 들어 폴더처럼 접고, 두 손은 얼굴이 닳도록 부비부비. 파닥거린다고 잠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 나무는 금방 눈이 감긴다. 아기들이 잘 때 천사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우리 아기 천사 예쁜 꿈 꾸고 내일 만나자. 잘 자. . 4시간을 자고 4시에 깬 나무. 자느라 배고픈 줄 모르더니 깨자마자 맘마를 찾는다. 기저귀를 가는 동안에 밥 달라고 후후하하.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입술을 아기새처럼 벌리고 있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그 표정을 더 보고 싶어서 좀 더 놀리다가 줄 때도 있지만, 더 늦어지면 세게 울어버릴 것 같아서 얼른 입에 물려주곤 한다. 트림을 시켜주려고 앉혔다가 자세를 바꿔서 어깨 위로 들어올리는데, 자고 싶은지 엄청나게 몸부림을 친다. 아직 목에 힘 조절이 안 되니까 내 몸에 이리 쿵 저리 쿵. 얼굴에 박치기까지 하면서 온 몸을 비틀어댄다. 결국 트림을 포기하고 눕혔더니 다시 꿈나라를 떠났고, 3시간 지나서 다시 일어났다고 한다. 7시 25분 수유까지가 내 담당. 그 뒤로는 정신을 잃고 12시까지 잤는데, 꿈은 오백 개나 꿨다. . 오늘도 남편은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침 겸 점심은 씨리얼을 먹고 나는 소보로빵과 우유를 마신다. 요즘 나무가 잘 자고 있다. 요 며칠은 잠투정도 덜 심했고, 잠은 적게는 2시간 반, 밤에는 보통은 3~4시간을 잤다. 아기 발달단계 표를 꺼내 보면서 원더윅스가 언제인지 알아본다. 오늘이 7주 1일이니까 곧이네.. 폭풍전야같은 날들. 내일부터가 실전인데 나랑 나무는 괜찮으려나.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두근대는지. 남편이 열심히 만들어 준 떠먹는 아인슈페너 때문일까. 어쨌든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했다. . 50일 된 나무. 나무랑 어울리는 초록초록 옷을 입히고 사진을 남긴다. 어제보다 더 자란 속눈썹과 손톱 발톱. 접히는 곳이 많아진 팔과 다리. 특히 손을 빨려고 움직인다. 이 시기에 보통 나타나는 행동 중의 하나인데, 아직은 손가락 낱개가 아닌 주먹 모양으로 입에 집어 넣으려고 한다. 조절이 안 돼서 입이 아닌 얼굴을 치고 눈을 가리고 볼에 갖다대지만, 그만큼 손과 팔의 근육과 신경이 많이 발달되었나 보다. 이론처럼 딱 맞춰서 자라지는 않아도 한 단계 한 단계씩 자라고 있는 나무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와아, 벌써 50일이라니. . 날씨에 영향을 받는 사람 나 말고도 있었다니. 나무가 그런 것 같다. 흐린 날에 왠지 더 많이, 잘 자는 것 같은데. 하루종일 먹고 자고, 간혹 모빌을 보면서 놀기도 했다. 동물 소리에 한 번씩 웃는 나무를 보며 우리도 웃었다. 틈틈이 간식을 먹고, 더 늦지 않게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역국과 LA갈비, 여러가지 밑반찬들. 아기는 우리가 먹을 때 깨거나 보채더라.. 허겁지겁 먹고 한 명이 나무를 안는 동안,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그래도 든든하게 잘 먹었으니 그거면 됐다. 그럼 이제 목욕하러 가 볼까나. 누워만 있는데도 먼지를 잘 잡는 아기와의 목욕시간. 쥐잡기게임 말고 먼지잡기로 남편이랑 둘이서 신났다. 먼지 잡았다 몇 마리?!! . 일기를 쓰는 동안에 남편이 아기를 돌본다. 자장가를 들어도 싫대, 쪽쪽이도 싫대, 안아도 싫대. 방에서는 찡찡찡 소리를 지르는 나무와 계속 달래는 남편이 밀당을 하는 중이었다. 또 꺼이꺼이 짠한 울음, 거친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던데.. 원더윅스 시작인가? 오늘밤엔 잘 잘 수 있을까. 내일부터 실전 육아현장. 너랑 나 낮시간동안 파이팅 해보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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