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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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월요일, 나무가 잠들기까지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 12시에 누웠는데 12시 반 쯤에 잠이 들었다. 우리는 피곤해서 눈이 감기는데 나무는 끊임없이 낑낑낑. 가운데 자리가 더운 것 같아 제일 바깥쪽으로 옮겼다. 드디어 셋이서 쿨쿨쿨. 2시에 깨고 5시 반 쯤에 깨서 맘마를 찾는다. 먹는 데에 느리고 빠름의 속도 차이가 있을 뿐 남기는 일은 없는 우리 나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안 뺏기려고 눈치게임을 하듯 입에서 젖병을 뽑아낸다. 쫍!하고 나무입에서 나는 소리가 제법 경쾌하고 귀엽다. 모자라지만 더 줄 순 없어.. 새벽에 울리는 거대한 트림소리에 다시 아기를 눕히고 각자 다시 꿈나라로 향했다. . 7시 쯤 일어나 맘마를 먹인다. 덕분에 남편이 출근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파이팅 하겠다고, 여보도 파이팅 하자고 힘을 주고 받는다. 먼저 열탕소독부터 해놓고 건조기 먼지털이를 해놓고 잠을 자러갔다. 3시간 뒤에 일어난 나무가 울기 전에 맘마를 먹이고 깨죽을 데워왔다. 오늘은 밥부터 먹어야지. 뭔가 시작이 좋았다. 내 배가채워졌으니 아기 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뿐.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려는데 시도때도 없이 나무가 나를 부른다. 안아달라고 놀아달라고. 아기가 칭얼거리거나 울 때는 바로 아기에게 가 보는 것과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은 나의 약속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기와 딱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 빨래도 널어야하고 빨래도 개야하는데 곳곳에 집안일이 쌓여있다. 무엇보다 점점 배가 고파온다. 아침에 죽 한 그릇 먹은게 다라서 빨리 밥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도 냉장고가 멀게 느껴진다. 다시 돌고 도는 나무의 맘마시간. 다 먹이고 안고 재우는데 쿰쿰한 냄새가 풀풀 날리는 걸로 봐서 틀림없이 똥파티였다. 오늘은 어우. 난리났네 난리났어. 파닥파닥 움직이지 말아줄래.. 다리랑 발에 다 묻는다고.. 나무야 엄마는 밥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엄마 배고픈데.. . 결국 오후 4시 넘어서 점심을 먹는다. 남편이 덜어놓은 반찬통과 미역국을 꺼냈다. 재빠르게 끓이고 밥을 말아 먹는다. 역시 배가 고프니까 다 맛있구나. 나무가 깨기 전에 허겁지겁 다 먹고 초코쿠키까지 즐겼다. 혼자서 잘 자준 덕분에 젖병 설거지, 그릇 설거지, 우리 옷이랑 아기 빨래들 개기, 안방 청소도 다 끝냈다. 샤워까지 하는 게 내 목표였는데 포기포기. 아기는 또 맘마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2시간 전에 달라고 울고불고. 네버엔딩 집안일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해냈다. 휴우. . 소파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나무를 안은 채로,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쿨쿨. 남편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고 잤는데 인사를 나눴다고 했다. 기억에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의 든든한 육아동지 덕분에 아기를 맡긴다. 어제 오늘 흘렸던 땀방울과 쉰내를 씻고 나와 저녁을 먹는다. 바깥음식 유혹에 넘어간 우리는 피자 두 판을 시켰다. 콤비네이션이랑 포테이토. 열정적으로 먹었는데 금방 배가 불러서 많이 남겼다. 셋이서 방에 들어가 누워서 사진도 찍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잠든 건 나뿐이었다. 보채는 나무를 한참동안 달래다보니 목욕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아기는 물놀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신 끝나는 동시에 맘마 달라고 엉엉엉. . 대개 아기가 잘 때 쉬라고, 같이 자라고 한다. 실제로 새벽이나 아침에는 나무가 잘 때 같이 쉬고 있다. 하지만 낮이 되면 그 말은 달콤한 사탕같은 말일 뿐, 쉴 수가 없었다. 젖병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씻고 소독을 해야 다음 수유 시간에 바로 꺼낼 수 있다. 수건 옷도 마찬가지. 빨래를 하지 않으면 다음 번에 쓸 게 부족해진다. 청소도, 설거지도 모두. 아기만 돌보는 일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고 있다. 눈을 뗄 수 없으니. 마음 같아서는 집안일에 손을 안 대고 싶지만, 놔두면 퇴근하고 온 남편이 해야 할 몫이 늘어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덜 부담을 주려면 해야만 하는 집안일과 육아.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지혜롭게 잘 해 보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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