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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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월요일,
1시에 먹이고 5시에 먹인다.
낮이든 밤이든 잘 먹고 잘 자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매일 깨끗이 비운 젖병과 새근새근 자는 아기를 보며 느끼고 있다. 엄마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으면 엄마가 기뻐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그렇다. 꺼억 트림만 하면 새벽 5시 맘마 일정은 끝. 그러다 갑자기 정적을 깨뜨린 소리, 뽕뽀옹뽀옹.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튀어나온 큰 방귀소리에 남편도 깼다. 나는 나무가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웃겨서 쿡쿡쿡 웃고 있는데, 남편은 나무가 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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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오늘도 남편은 열탕소독을 해놓고 갔다.
쓰레기통 봉투도 끼워놓고 본인 간식도 제대로 챙겼다. 나랑 나무는 둘이서 쿨쿨쿨. 8시에 깨서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들었는데, 9시에 나무가 눈을 뜨고 가만히 누워있는 걸 발견했다. 생각보다 말똥말똥하길래 아기체육관으로 데려다주었다. 흑백모빌도 같이 켜놨더니 눈이 똥그래졌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파닥파닥 너무도 신이 나버린 우리 나무. 새삼 주말에는 주사 맞아서 기운이 없었던 거였구나. 아침부터 발랄하고 활기찬 아기는 30분동안 움직였다. 눈은 모빌을 좇고 손은 딸랑이와 장난감을 치고, 다리는 피아노건반을 누르는 멀티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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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운동한 만큼 배가 빨리 고픈가보다.
맘마달라고 엉엉. 발동동거리며 맘마를 먹이고 나면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곯아떨어져 잔다고 생각했는데 먹는 타이밍을 잘 꿰뚫고 있는 나무는 내가 밥을 딱 차리자마자 불렀다. 일단 한 숟가락 떠먹고, 주방에 오면서 또 먹고 그렇게 두 숟가락이 다였다. 아기는 눕히면 엄청나게 울고 쪽쪽이를 입에 넣어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듯 짜증을 낸다. 내 몸에 기대어 자고 싶었던 건지 꽤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우리는 소파에 앉은 듯 누운 듯 시간을 보낸다. 깊이 잠든 것 같아 침대로 가서 나란히 누웠다. 나무도 자고 나도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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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낮잠 3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난 나무는 바로 맘마를 찾는다. 얼른 먹이고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까 먹다만 어묵탕은 이미 다 식었고, 반찬들도 윤기를 잃었다. 그래도 먹는 게 중요하니까 일단 입에 넣고 본다. 아기가 노는 동안에 얼른 먹어야지. 그리고 뒤늦게 청소도 시작했다. 오늘은 안 닦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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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잠든 나무를 데리고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대야에 꽉 낀 몸이 귀엽지만 조만간 욕조를 바꿔줘야겠다. 눈코입이 닳도록 닦아주고 거품을 내가며 씻겨준다. 맘마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게워낼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잘 끝냈고, 배고프다고 보채지도 않는다. 두부랑 버섯, 애호박 한 가득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남편은 비빔밥을 만들었다. 한 숟가락만 빼앗아먹고 나는밥을 조금만 먹는다. 잘 먹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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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저녁부터 내내 자고 있었다.
무려 4시간이나!! 이럴 때 영화를 봐야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깰 것 같아 조용히 있기로 한다. 대신 케이크를 먹어야지. 딱히 큰 이유도 없는데 주민등록증 생일이 어제여서 남편이 조각케이크를 사 왔다. 바노피파이에 초까지 꽂고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른다. ‘생일축하합니다, 육아 축하합니다, 나무가 자고 있어서 축하합니다’ 등 별의 별 말을 다 꺼냈다.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데.. 파이의 딱딱한 부분을 포크로 찔렀더니 큰 소리가 났다. 바닥에 흘리고 난리났네 난리났어. 결국 나무는 깼고, 맘마를 달라고 우는 바람에 평화로운 간식시간도 끝나버렸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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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아기체육관.
아침에 봤던 똘망똘망한 눈빛의 소유자 나무가 다시 나타났다. 엄청난 속도로 스텝을 밟고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덩달아 신났다. 어제와 다르게 나날이 성장하는 우리 나무. 장난감 고리에 여러 차례 손을 걸었고, 딸랑이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뻗어 소리를 냈고, 뛰어놀다가도 주먹은 입으로 갖다댄다. 발을 뻗으면 소리가 나는 줄 아는 걸까. 몹시 신난 이 아기는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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