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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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화요일,
아이 피곤해. 일기써야 하는데.
나무는 여느때와 같이 잘 먹고 잘 잤다. 배가 고프면 맘마를 주고 잠이 오면 주먹이나 쪽쪽이를 물려준다. 잠이 오면 자고, 깨고 싶으면 깨고. 양옆에 누운 내사랑들을 번갈아보는 새벽이었다. 2개월하고도 4일, 66일 째 나무네 가족은 이제 조금 적응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만의 작은 울타리. 오늘도 행복에 가까워지기를. 많이 안아주고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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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같이 스르륵 잠들었다.
낑낑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일어나고 싶은 모양이다. 아침부터 개장한 아기체육관. 밤새 체력을 끌어모았는지 어제 못지않게 활기차다. 피아노 건반이 다 부러질 것처럼 팡팡팡. 40분 가까이 뛰어놀다가 얼굴이 빨개지는 걸 봤다. 이제 그만하고 싶구나. 다음 체력을 위해 맘마를 먹이고 재운다. 그 사이 큰방만 청소해놓고 같이 눈을 붙인다. 오늘도 거실 온도는 쭉쭉 내려가네. 내가 잘 못봤나? 15도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는 체육관에서 뛰어놀고 있다. 가만히 있는 게 좀 수상쩍길래 지켜봤더니 똥파티를 열었다. 미리 이불 위에 비닐을 깔고 준비를 해둔다. 이 정도면 깨끗하게 치웠다고 새 기저귀를 채우려는 순간 노랑똥이 튀어나왔다. 와아.. 비닐 안 깔아놨으면 노란색 이불로 물들 뻔했네. 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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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자는 사이에 많은 걸 했다.
거실 청소 시-작. 먼지 털고, 쓸고 닦고 걸레 빨고 널기. 후다닥 치워놓고 된장찌개를 데웠다. 두부찌개가 더 어울리는데, 아기가 노는 사이에 제대로 잘 챙겨 먹었다. 오예. 이제 남은 건 설거지. 그릇과 젖병, 열탕소독, 분유포트 물과 작두콩차 끓이기 그 외 폐품 정리 등등. 다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숨을 돌린다. 이제는 안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나무에게 달려가 둥둥둥 안아주고 노래를 불러줬다. 목과 허리에 힘이 많이 생겼는지 소파에 앉혀놔도 꽤 잘 앉아있다. 언제 이렇게 큰 거야 나무야. 요즘은 누워서 자기 싫니. 세워서 들어줘야 잠이 오니. 어쨌든 맘마를 먹이고 재우면서 나도 쿨쿨쿨 잤다. 바빴음에도 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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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해놓은 추어탕을 끓여서 먹었다.
후다닥 먹고 나무를 목욕시켰다. 뽀송뽀송 귀염둥이에게서 향기가 난다. 그게 또 좋아서 코를 갖다대고 킁킁킁. 그 다음은 내가 씻고, 마지막으로 남편이 씻고 나왔다. 산책 나온 동네언니네 부부가 집에 놀러왔다.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핫도그랑 샌드위치를 사 들고 왔다. 헤에. 갑자기 시작된 남편의 커피타임. 커피를 만드는데 신기하게도 드릴이 출동한다. 그의 드릴슈페너. 맛본 사람들은 모두 그 맛에 빠져들고 말았다. 흐흐흐. 모처럼 수다를 떠는 네사람, 그리고 귀염둥이 아가들. 여섯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는데, 나무는 세상 순둥순둥이였다. 그들이 가고 나서 갑자기 다시 말똥구리로 변신하더니 아기체육관을 휘젓고 있다. 지금까지랑 차원이 다른 발차기. 쿵쾅쿵쾅 팡팡팡 발차기대장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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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가려움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
지난 번에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약 일주일분을 다 먹었는데 그 순간만 가라앉을 뿐 여전히 가렵다. 밤이 되면 팔, 다리, 겨드랑이 쪽에 묘기증이 번지고 있다. 아이참. 아기를 낳고 나니까 새로운 게 생기네.. 로션이라도 왕창 바르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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