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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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토요일,
영화보고 일기쓰고 맘마를 먹이고 나니 1시가 넘었다. 하루 만이었는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나무를 옆에 재우는 듯했다. 내 옆구리에 꽉 붙여서 포근함을 불어넣어 준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어제부터 누워서 양 다리를 배까지 자주 들어올린다. 기지개를 펼 때마다 봐왔지만 평소보다 빈도수가 늘었다. 아기체육관을 하는 중에 들어올리고 있어서 하기싫다는 표시인 줄 알았는데 시도때도 없이 다리가 위로 향한다. 다리 힘이 더 생겼나 보다. 번쩍번쩍 다리가 너무 귀엽고 웃겨 정말. 그러다 금방 잠든 나무를 보며 싱글벙글 웃는 나. 아기는 우리에게 상상 이상으로 웃음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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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반쯤 뜬 눈으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 왔다. 나무는 아주 말똥말똥 눈으로 맘마를 기다.. 기다리지 못하고 엉엉엉. 4시간 만에 먹는 거니까 속도도 다르다. 꿀떡꿀떡 140ml을 다 비우고도 입맛을 쩝쩝 다시는 거 보면 더 먹고 싶은 거니. 아무튼 못 먹어서, 안 먹어서 마음 쓰이게 하는 걱정은 없으니 다행이었다. 매일 새벽에 트림 시키느라 만나는 뒤통수는 늘 귀엽고 사랑스러워. 둥그런 뒷모습 사진만 몇 개인지. 나중에 이 때가 그립겠지. 벌써 나무의 톡톡톡 태동과 신생아 나무가 그리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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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에 맘마를 먹여주고 다시 눈을 붙였다.
주말마다 남편의 힐링인 ‘커피마시는 시간’만큼은 즐겼으면 해서 이번 아침에는 아기를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너무 힘들면 요청하겠다고 하면서 거실로 보낸다. 나무랑 나는 정신없이 쿨쿨쿨 자다가 나무 옹알이에 깼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걸까. 커튼 사이로 보이는 불빛을 보면서 옹알옹알. 집 곳곳에는 나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지 특정 지점을 보면 웃곤 했다. 어떤 이유로 웃는지 알고 싶네. 쪽쪽이하면서도 웃고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면서도 옹알옹알. 소리도 다양하고 꽤 시끄러워서? 남편도 나무를 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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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오전을 보내고 후다닥 끝낸 청소.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바닥을 닦고 아기를 돌본다. 그 사이에 주문한 이삭토스트. 나무가 졸린 틈을 타 ‘윤스테이’ 3화를 틀었다. 햄치즈토스트를 먹는데 대학생 때 술 마시고 해장? 아니면 간식으로 먹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때가 10년이 더 됐다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이젠 흰머리도 가득, 체력도 골골한 영락없는 30대 아줌마였다. 아, 마법도 시작했다.. 단유까지 했으니 곧 할 것 같았는데.. 하. 벌써 귀찮고 싫네. 다시 돌아가나 한 달에 한 번 생리대와의 전쟁.. 생리통이라도 없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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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목욕을 시키고 놀다가 낮잠 두 시간을 잤는데 어둑어둑해진 저녁이었다. 밥을 안치고 소고기국을 끓이기로 한다. 밥까지 해놓고 통닭을 시켜먹는 우리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연휴 기분을 제대로 내보자며 그가 쏘아올린 작은 ‘통닭 먹자’ 한 마디에, 브레이크 없는 나는 바로 주문을 했다. 양념, 후라이드, 눈꽃치즈 순살로 주세요. 나무는 아기체육관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편하게 순살을 먹으면서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본다. 그 많고 많은 영화들 중에, 신작도 많은데 고른 2가지가 다 봤던 거라니. 어제 ost를 들어서 그런지 더 보고 싶었나 봐. 봤던 건데도 깔깔깔 웃는 우리여서 참 좋다. 사랑, 인생, 가족, 음악과 내용 뭐 하나 빠지지 않네. 지금 이 순간 너무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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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붕붕붕 방귀를 뀌던 나무.
오늘 중에 똥을 누겠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똥파티를 벌인다.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데 핫팩을 쥔 것처럼 뜨뜻해졌다.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아서 코를 갖다대고 킁킁킁 맡아본다. 둘이서 손발이 척척. 2인 1조로 나무의 청결을 유지시키는데, 이 서비스가 마음에 드는지 아기 표정이 좋다. 신나보여서 밤 중에 데리고간 아기체육관. 두발로 쾅쾅 팡팡 건반을 두드리고 달리기도 하고 있다. 어제보다 더 힘이 더 세진 것 같은 우리 나무는 벌써 70일 째, 다음 달이 100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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