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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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일요일,
요즘 새벽 5시만 되면 낯선 이가 등장한다.
특징은 수다쟁이. 혼자서 뭐라뭐라 말하는 아가야. 4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눕혔더니 당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소리도 다양하게 내면서 뭐라뭐라. 우는 것 같더니 웃고 있네? 손싸개를 한 손을 자꾸 입에 갖다대는데 여전히 삐걱삐걱거리는 게 매력적이다. 쪽쪽이를 달라고 애절하게 뭐라뭐라. 계속 뭐라뭐라하던데 알 수가 없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귀염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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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정해놓은 건 없지만, 오늘 나의 수유 담당은 7시까지였다. 남편은 8시 20분에 일어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즐긴다. 최근에 산 원두가 갓 볶은 거라 향은 엄청 좋은데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아쉬워했다. 그래도 커피를 내리고 준비하고, 마시는 시간만큼은 진지하고 소중하게 대했다. 서로의 배려덕분에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늦잠을 잘 수 있다. 능숙하진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만의 생활방식, 우리만의 취향, 속도가 마음에 든다.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로 갈등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한 시간들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기를. 우리만의 방향과 속도를 잘 조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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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밥을 차렸다.
소고기국과 건강한 반찬들로 배를 채운다. 오늘따라 왠지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우리집 바리스타에게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원래는 아이스를 고르고 싶었지만, 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차선책이랄까. 조금 연한 커피는 흐릿한 날씨과 잘 어울렸다. 아기는 잠들고 각자 노는 시간. 나는 윗집 이모에게 아기 사진과 문자를 보냈다. 선물로 주신 옷 이쁘게 잘 입히겠다며, 새해 인사를 꾹꾹 담았는데 돌아온 답장도 감동이다. 현관문엔 수세미를 걸어놨다며, 거품처럼 좋은 일들만 많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참 좋은 이웃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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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자전거를 꺼낸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빵집으로 향했다. 요즘 즐겨먹는 핫도그를 사고 새로운 것도 담았다. 포테이토 바게트, 샌드위치도 함께. 날씨에 영향을 받는 건 엄마랑 쏙 빼닮은 나무는 하루종일 먹고 자는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인지 꽤 여유로운 우리는 ‘윤스테이’ 4화를 보면서 빵을 먹었다. 그 다음엔 나무 목욕이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엔 설거지, 빨래 먼지 털기, 젖병 씻고 열탕소독, 차 끓이기까지 다 했더니 나무가 똥파티를 벌였네. 집안일하다가 남편은 지쳐버리고 말았다. 긍정왕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란다. 나 이런 남자랑 살고 있네.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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