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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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월요일,
3시간마다 깨는 나무.
최근에 4~5시간을 자던 것에 익숙해졌는지 3시간은 괜히 자주 깨는것 같았다. 그 정도면 잘 자는 편인데도 우리는 피곤해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분유를 타고 맘마를 먹인다. 꾸벅꾸벅 졸면서 먹였더니 젖병은 나무 입을 계속 벗어났다. 하마터면 콧구멍을 찌를 뻔.. 미안하다 나무야. 보통은 바로 바로 씻던 젖병을 아침에 씻기로 했다. 아우 졸려. 10시 전에는 병원에 가자고 했는데 눈을 떠 보니 10시였다. 오메 늦잠잤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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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챙겨서 병원으로 향한다.
나무 예방접종하는 날. 지난 번에 폐렴구균을 맞았는 줄 알았는데 오늘이 1차였다. 뭐 맞았는지도 모르는 나무 엄마랑 아빠. 외투를 벗기고 몸무게를 재어보는데 나무는 6.7kg였다. 그새 500g이 늘었네. 어쩐지 어제 좀 무겁더라 흐흐. 심잡음도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주사실에 들어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는 마냥 해맑은데.. 오른쪽 허벅지에 주사 꽁. 지난 번보다는 좀 더 울다가 금방 그치는 씩씩이 우리 나무였다. 집에 가서 종종 열을 체크하기로 하고, 나는 곧바로 피부과에 갔다. 오전 진료는 마감했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 어디 갈 곳도 없고, 배도 고파서 내가 갈 곳은 집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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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골 육수에 떡국을 끓였다.
약간의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감자 만두 다섯개를 퐁당퐁당. 둘이서 사이좋게 떡국이랑 만두를 나눠먹었다. 마음같아서는 안 나가고 싶은데 미칠듯한 가려움..때문에 다시 피부과에 가기로 했다. 천천히 놀다오라며 공원을 가로지르고 천천히 동네구경을 하며 걷는다. 분명 아까는 더웠는데 오후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바람에 떠밀려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던데,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지난 번과 같은 약으로 처방받기로 했다. 무려 한달 분을. 다음에는 알러지검사를 꼭 해야지. 그렇게 나는 한달 정도 가려움을 견딜 수 있는 약이 생겼다. 원인은 모르지만, 그래도 든든하네. 플라시보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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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카페에 들렀다.
저번에 문 앞에서 서성거렸던 곳에 호기롭게 들어갔다. 연유라떼 아이스, 얼음은 좀 많이 빼달라는 주문과 함께 쿠키랑 조각케이크 하나를 집었다. 간식은 나중에 집에 가서 남편이랑 먹어야지. 구석자리에 앉아서 맨 먼저 하는 건 나무사진이랑 영상을 보는 것. 오늘 새벽 5시에 떠들던 나무도 보고 재채기하려던 순간의 나무도 보고 귀염뽀짝 나무들, 아주 조그마한 나무를 보면서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가져온 책 한 권을 읽는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깐동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 가슴 한 켠에 즐거운 에너지를 채우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한껏 더 높은 음으로 남편과 나무를 불렀다. 달달한 커피와 여유, 자유시간이 파이팅육아를 하게 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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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저녁을 차리고 뒷정리까지 해줬다.
나는 나무를 안고 재우고 달래고 놀아주고 있다.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 다 틀어놓고 따라부르는 열정 엄마. 그냥 기저귀를 갈아주려다 발견한 나무의 초록똥. 똥파티를 벌였다. 닦아주는 건 남편인데 왜 내 손목보호대에 초록초록이 묻어있나. 어쨌든 나무는 개운해보였고, 남편은 왠지 모르게 지쳐보였고, 나는 가려움때문에 힘들어했다. 이 미칠듯한 가려움. 긁으면 긁을수록 몸에는 긁은 자국들이 부어올랐다. 허벅지, 팔, 엉덩이, 등과 어깨.. 안 가려운데가 없네. 힝힝힝. 삶의 질이 낮아지는 출산 후 내 몸 상태.. 괴롭다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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