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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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수요일, 2시 36분, 6시 3분에 맘마를 먹였다. 나무도 비몽사몽 나도 비몽사몽. 뒤통수와 오동통한 다리를 보는 시간만큼은 말똥말똥해진다. 앉혀서 트림을 시키고 다시 눕히면 금세 잠이 들곤했다. 나도 바로 잠들었는데 갑자기 갑갑해서 벌떡 일어난 거 빼고는 계속 곯아 떨어져 있었다. 난 원래 가운데에 자는 걸 안 좋아하는데 오늘따라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게 몹시 답답해졌다. 으아아. 오늘 아침도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제대로 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전 어디갔니.. . 남편은 외출 준비를 하더니 자전거를 꺼낸다. 밖에 많이 추울 텐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은행에 가서 지호 통장을 만들고 토스트집에 가서 토스트 두 개를 사고, 시장에 다녀왔다고 했다. 딸기랑 꽈배기랑 소보로빵을 사들고 온 해피맨. 그는 귀가 떨어질 것 같다며, 밖에 엄청 춥다며 호돌돌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꽁꽁 얼어서 새빨갛게 변한 손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날씨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나. 알았으면 자전거를 안 탔다고 했다. 아이고오. 바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나무가 아빠를 찾는다. 나 똥쌌어요. 헤헤. 해맑은 나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선다. 나무 머리에서 어른 정수리 냄새가 나고, 손가락 발가락엔 콤콤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이틀 만에 목욕을 했으니 참 개운할 거야. . 오후 다섯 시, 맘마를 다 먹고 잠이 든다. 아기도 남편도 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쿨쿨쿨.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에 저녁을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의 쉐프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 LA갈비찜, 무생채무침. 올 겨울 우리집에 자주 등장했던 음식들. 특히 미역국과 무생채. 식초와 소금, 설탕으로 간을 하고 통깨를 솔솔 뿌렸다. 미역국과 갈비찜은 동시에 하는 멀티 플레이어. 멋져 정말. 이제 한식요리사 다 됐네. 나무가 아기체육관에서 발이 안 보일 만큼 뛰고 있을 때 우리는 한 술을 떴다. 9시에 저녁을 먹다니. 그래도 맛만 있네. 으흐흐. .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사이에 나무를 돌본다. 며칠 사이에 침 분비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우리집 침제조기. 가만히 있어도 물방울 같은 침이 뚝뚝뚝 흘러서 턱받이와 손수건이 금방 흥건하게 젖어버린다. 잘 것 같으면서도 안 자는 나무는 낑낑낑 끙끙끙. 속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배앓이인가, 배고픔인가, 원더윅스인가. 울고 불고 엉엉엉. 아빠랑 공갈젖꼭지 밀당을 하는 나무는 퉤 뱉아버리기 일쑤. 지금은 손가락을 빨면서 어찌나 말을 많이 하는지. 아기 언어를 번역해주는 기계가 있으면 참 좋겠네. 뭐라고 하는지 너무 궁금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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