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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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목요일,
12시 반 쯤 나무는 먹다가 잠들었다.
남기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20ml을 남겼다. 속이 불편했는지 다 먹지도 않고 쿨쿨쿨. 혹시나 게워낼 수도 있으니 머리맡에 손수건도 깔아둔다. 아프지 말라며 배도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나무는 정말 잘 잤다. 1시 전에 재웠는데 6시 넘어서 일어났으니까. 맘마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얼른 젖병을 들이민다. 순식간에 다 먹고 트림을 시키는데 잠이 그렇게도 쏟아지는지 고개가 삥글삥글 돌아간다. 손바닥을 볼에 갖다대면 베개삼아 베는 모습에 심장이 콩콩콩. 양말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오동통 발바닥이 뿅. 나무는 뭘 해도 귀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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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도 나무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남편만 거실로 나가서 재택근무를 하고, 모닝커피를 마신다. 남편은 아기가 한 번씩 울 때마다 와서 달래주었다. 일찍 일어나고 싶었는데 또 오전이 사라졌다. 어제 장 본 재료들로 남편은 찌개를 끓였다. 큰 그릇에는 밥과 나물을 올리고 찌개에 있는 두부와 달걀을 넣고 슥슥 비벼먹는 점심. 한 끼 잘 먹고 후다닥 청소를 했다.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빨래를 널었다. 차가운 바람이 집 안으로 슝슝 들어왔지만 쾌적한 기분이 든다. 오후에도 계속되는 나무 맘마먹이고, 재우기. 남편에게 아인슈페너 한 잔을 주문했다. 오늘도 등장하는 드릴로 커피를 만들어주는데, 달달한 크림 덕분에 피로가 싹 풀리는 듯 했다. 만드는데 15분, 마시는데 2분..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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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시간은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남편과 주방을 쉬게 해주고 싶어서 배달앱을 켰다. 치킨 아니면 분식인데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우리. 갑자기 닭똥집이 먹고 싶어서 똥집 반반이랑 간장치킨을 시켰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사이다로 대신 하기로 했다. 가볍게 볼 생각으로 영화 ‘미쓰홍당무’를 튼다. 잘 보다가도 나무가 칭얼거리면 멈춰서 아기를 달랬다. 영화도 굉장히 독특하고, 우리도 아기도 어느 것 하나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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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밤이 되자 많이 울었다.
오늘 하루는 꽤 보챈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에 못지않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줘서 고마운 우리 아기. 남편은 아기를 안고 ‘타잔이 십원짜리 팬티를 입고~’ 아니면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아니면 ‘똘기떵이호치새초미 자축인묘~’ 노래를 부른다. 돌보다가 힘들어서 바통 터치를 했다. 박수를 치면서 나의 제일 높은 음으로 나무를 불렀다. 그러면 잠깐 그치고 웃음을 보이는 게 웃겨서 우리는 깔깔깔 웃었다. 나무가 좋아하는 벽 가장자리에 서서 달래주니까 진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맘마먹은지 3시간이 되는 순간, 못 참겠는지 엉엉 울고말았네. 그래, 맘마먹고 푹 자자 귀염둥이야. 아유. 아기 달래기 정말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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