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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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토요일,
얼마 전에 분유양을 120ml에서 140ml으로 늘렸다. 며칠동안은 자주 배고파해서1000ml 가까이 또는 넘게 먹더니, 이젠 적응이 됐는지 눈에 띄게 먹는 양이 줄었다. 자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유텀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밤 9시쯤에 먹이고 재웠는데, 새벽 1시가 되어도 일어날 생각이 없던 나무는 4시에 깨어났다. 거의 7시간 만이다. 아가야가 이렇게 오래 잘 수 있구나! 신생아 시절에는 4시간만 넘어도 탈수증상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는데, 이제 덜 놀라는 거 보니 나도 덜 긴장하나 보다. 아무튼 7시간은 경이로운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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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자는 사이에 남편은 일찍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그렇게 5시간이 지났을까. 나무는 배가 고파서 깨고, 나는 많이 자서 깬다. 오늘도 오전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 나무 정말 잘자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남편은 우리보고 ‘잠만보들’이라고 했다. 흐흐. 그는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내게 들려주었다. 우유를 마시다가 아기가 울어서 달래준다고 바닥에 내려놨다가, 발로 우유컵을 찼다고 했다. 바닥과 카페트는 하얀 세상이 되어서 닦느라 고생고생. 어쩐지 카페트가 건조대에 올려져 있더라니. 그 다음 커피 좀 마셔보겠다고 내렸다가 클레버에서 커피가 줄줄줄.. 이젠 커피 닦느라고 고생고생. 아유. 이제 뭘하든 다 쏟을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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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남편표 돼지불백정식.
돼지고기에 밑간을 하고 양념에 재웠다. 우리집 단골 국물인 미역국과 같이 먹는 한 끼 식사. 반찬은 무생채, 깻잎과 깻잎장아찌. 우리나라는 마늘 최대 소비국인데, 우리집은 깻잎 소비도 엄청나다. 깻잎 위에 깻잎장아찌를 올리고 고기와 마늘, 쌈장을 올려서 냠냠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무 목욕을 시키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기저귀가 묵직한 것이, 뭔가 색깔이 짙은 것으로 보아 똥파티를 열었나보다. 다시 데리고 나와서 닦아주고 목욕을 하는데, 오늘따라 씻기 싫은 우리한테 뭐라뭐라 버럭하는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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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잠깐 밖에 나갔다가 머리까지 깎고 들어왔다. 말끔해진 모습을 보니까 나도 머리카락 정리 좀 하고 싶네. 하지만 곧 슉슉 빠질 걸 생각하니 미용실은 좀 더 이따가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이참. 동네 이웃 언니네 부부가 산책나온 김에 잠깐 들렀다. 맥도날드 잔치를 연 우리들. 후다닥 먹고 아기를 돌보는 현실 육아였지만, 육아를 하면서 힘든 점 좋은 점들을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든든하달까. 선물로 주고간 아기비데 잘 쓸게요. 김부각도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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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나무는 아주 열정적으로 아기체육관에서 뛰어놀았다. 마치 달리기를 하는 사람처럼, 아닌가 경주마처럼 다그닥다그닥. 그 덕분에? 곯아 떨어질 정도로 잠을 잘 자고 있으니 장난감의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밤 열시에 찾아온 토요시네마가 열린 우리집.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을 보면서 꼬깔콘이랑 언니네 부부가 주고 간 김부각을 먹는다.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도 나무는 내 품에서 쿨쿨쿨 잘도 자네. 아기를 키우면서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흐흐.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사이가 되었으면’하는 작은 바람을 지닌 채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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