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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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일요일,
12시에 맘마를 먹고 딥슬립에 빠진 나무.
나의 왼쪽에 자리를 잡고 동이 틀 때까지 곤히 잔다. 나무는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내 심장소리가 자장가가 될 것 같은 그런 위치에서 잠이 든다. 6시에 먹이고 나서 아기는 세상 모르고 자는데 나는 꽤 말똥말똥한 상태였다. 젖병과 그릇 몇 개를 씻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다시 누웠다. 한 시간 반이 지났을까. 눈꺼풀이 무거운지 더이상 폰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다시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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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만에 깬 나무는 배가 고픈지 칭얼거린다. 남편도 피곤한지 늦잠을 자고싶어하는 눈치였다. 최대한 많이 자게 하려고 내가 대신 맘마를 먹였다. 아 글쎄 나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아침부터 쫑알쫑알 옹알이가 터졌다. 예쁜 꿈 꿨냐고 물어봤더니 꿨다고 했다. 꿈에는 엄마, 아빠, 나무, 멍멍이가 나왔단다. 야옹이도 나왔냐는 질문에 얼버무리던 나무. 동요도 따라 부르고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결국 아빠를 깨우고 말았다. 귀엽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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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의 요리는 떡국이었다.
곰탕 한 봉지를 뜯어 떡국 육수로 쓴다. 불려둔 떡이 좀 말랑해질 때까지 놔뒀다가 뜨거운 물에 퐁당. 달걀, 파를 넣어서 보글보글 끓이면 떡국이 완성됐다. 육수가 있어서 간단하고 쉽게 한 끼를 차려 먹을 수 있었다. 후식으로 나는 맥심커피를,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늘도 정갈하게 차린 커피 도구들을 앞에 두고 정성껏 내리는 그의 태도를 보며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냥하고 사려깊고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와 결혼하길 참 잘했네. 설거지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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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되자 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하루 일찍 시작된 나홀로 육아. 낑낑 끙끙 칭얼거리는 나무를 데리고 거실에도 갔다가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안방 창문을 열어놓고 흔들의자처럼 나무를 눕혀서 흔들흔들 달랬더니 스르륵 잠이 든다. 봄내음이 솔솔 풍기는 날. 어제 입었 던 옷 두 겹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다. 가볍게 갈아입고 나무를 재우는데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이 참 따뜻하면서 상쾌하다. 한편으로는 겨울이 사라지고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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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체육관에서 에너지를 쏟은 나무.
오늘도 경주마처럼 빠르게 달렸다.
피곤하다고 찡찡찡. 100일도 안 된 아기가 쉬지 않고 30분을 넘게 뛰어 놀았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깊게 잠들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옆에 눕히고 같이 낮잠을 즐겼다. 30분이 지나자마자 이번엔 배가 고프다고 한다. 다 먹고 또 쉬고 있으니 이번에는 똥을 눴다고 기저귀를 갈아달란다. 닦아주는데 바둥바둥거려서 손에 묻고 양말에 묻고 아주 난리였다. 이젠 안아달라고 하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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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집에 온 남편은 아까 저녁후보들 중에 골랐던 메뉴를 준비했다. 컵라면과 김밥 두 줄. 한 줄은 참치김밥, 한 줄은 매콤제육김밥이었다. 뭘 먹을지 몰라서 종류별로 사 온 컵라면들 중에서 육개장 큰사발을 골랐다. 남편은 김치 왕뚜껑을 먹었는데, 육개장은 작은 사발면이 맛있다는 걸 깨달았다. 금방 먹고 금방 치우고 금방 아기 맘마를 먹이고 재웠더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황금처럼 소중했던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이 났다. 대무자가 없기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덕분에 나도 늦잠을 잤고, 맛있는 음식도 편하게 잘 먹었네. 내일부터 남편은 회사로, 나는 집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겠지. 다시 마음을 잡고 파이팅을 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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