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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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목요일,
9시부터 잠든 나무는 새벽 2시에 깼다.
나날이 밤잠이 늘어가는 시기인데다 장난감 아기체육관의 영향도 컸다. 모빌과 장난감 덕분에 나는 밥을 먹었고 집안일을 할 수 있었다. 아기는 아기대로 마음껏 뛰어놀았다. 여러모로 체력과 시간을 벌은 셈이다.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도 노는 걸 보면서 새삼 잘 놀아주는 아기가 고마웠다. 이후엔 3시간마다 깨서 맘마달라고 찡찡찡. 오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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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엔 주로 내가 아기를 돌보고 있지만 같이 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기가 울면 둘 중에 한 명은 달래면서 기저귀를 갈고, 또 다른 한 명은 맘마를 타오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였으면 발동동거릴 일들이 산더미일텐데 둘이라서 괜찮은 나무 키우기. 낮에 일도 해야하는데, 본인 잠을 줄여가며 육아를 함께 해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을 한결같이 잘 해주는 남편이 감사하다. 아직까지는 육아에 별다른 갈등없이 잘 지내고 있는 우리 또한 감사해지네. 지금처럼 대화하면서 함께 해나가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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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영향을 받는 원투.
아기와 나는 침대와 하나가 되었다. 피곤한 나를 깨우는 건 나무의 심심함과 배고픔이었다지. 아침 일찍부터 옹알이로 방이 떠나가라 떠들어대는 우리 나무. 잘 놀았는데 이제는 졸린가 보다. 틈만 나면 낑낑거려서 달래다가 지친 나는 천장을 보고 뻗는다. 분명 졸린데 잠들지 못 하는 나무는 오랫동안 울음바다였다. ‘나무야 엄마랑 조금만 더 자자’고 해도 엉엉엉. ‘나무야 엄마가 어떻게 해줄까?’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모른다. 어찌어찌 재우고 일어나니 맘마시간이 다가왔다. 또 맘마를 먹인다. 아우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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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체육관에 데려다놓고 점심을 먹었다.
두유랑 커피를 마시면서 꽤 여유롭게 보낸 오후였다. 비때문에 밖은 어두워서 그런지 나무는 내 품에서 쿨쿨쿨. 수유텀은 5시간이나 지났고, 그 중에 3시간을 넘게 자길래 깨워서 맘마를 먹인다. 울기도 전에 잠결에 먹는 맘마는 맛이 없니. 심지어 남기기까지 했다. 트림을 시키고 아기체육관에 눕혔는데, 두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올린다. 뭔가 수상해서기저귀에 코를 갖다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렇게 똥파티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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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씻으러 갔다.
그동안 두 남자들은 꿈나라로 떠난다. 그 다음엔 남편이 씻고, 또 그다음엔 나무 차례. 저녁만 먹으면 하루 중 큰 일과는 끝인데 조리를 해야 한다. 남편은 바쁘게 달걀국과 비엔나를 구웠다. 밑반찬은 깻잎 장아찌와 무생채. 다 먹고 나서 내가 나무를 돌보는 동안 남편은 설거지, 차 끓이기, 딸기 씻기 등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했다. 짝짝짝. 오징어땅콩이 먹고 싶다는 말에 과자를 꺼내오고, 딸기도 입에 넣어준다. 땅콩이 싫어서 겉에만 떼어 먹으려다 나무 몸에 과자 부스러기가 엄청 떨어졌다. 이젠 뻥튀기 먹는 소리에 깨고,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깨고. 조심성없는 엄마 때문에 우리 나무가 고생이 많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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