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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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화요일,
새벽 3시 30분, 맘마를 먹이고 꽤 말똥말똥했던 나는 슬금슬금 거실로 나왔다. 젖병 씻기, 열탕소독, 쓰레기통 비우기랑 정리를 해놓고 혼자 놀면서 방에 가 두 세번 정도 나무를 살핀다. 꿈틀꿈틀 꼬물꼬물. 속이 불편한지 못 자고 있길래 데리고 나왔다. 그때부터 한 시간 넘게 말똥말똥했던 우리 나무. 나야 저녁에 홀짝홀짝 마신 커피때문이라지만 나무는 왜 안 자? 혹시 너도 커피 마셨니 아가야? 일찍 자고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 아니니? 그러다 갑자기 졸린지 눈이랑 얼굴을 비벼댄다. 이 때다 싶어 쪽쪽이를 물려줬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귀염둥아 같이 자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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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붙잡으면 아침과 오전이 사라진다.
나무랑 나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쿨쿨쿨. 남편은 슬금슬금 나가서 출근 준비를 했다고 한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무는 어젯밤에도 5시간, 새벽에도 5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맘마를 먹고 또 자길래 나도 같이 잔다. 전기장판과 이불, 아기의 온기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좋았다. 아기가 먼저 일어나 창문 쪽을 보면서 떠들고 있었다. 잠꾸러기 엄마라 심심했지? 이제 일어나볼까. 묵직해진 아기를 안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늦은 점심을 차렸다. 주말에 만든 밑반찬 덕분에 든든하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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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정량을 먹어도 배고플까 봐 분유 20ml을 더 탔는데 딱 그만큼만 남겼다. 기저귀 갈기, 트림시키기, 침 닦아주기, 안아주기 등등. 노래를 불러주고 색깔이 있는 물건들을 아기 눈이 가는 곳에 놓아뒀다. 싱글싱글 잘 웃는 나무. 심심해하는 것 같아 아기체육관으로 데리고 갔다. 눈빛이 바뀌더니 정말 활기차게 팡팡팡 쿵쿵쿵 발을 찼다. 지난 번 경주마보다 더 빨라진 우리 아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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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앉아서 재우다가 그냥 편하게 눕기로 했다. 둘이서 누워서 쿨쿨쿨. 남편이 퇴근하고 온지도 몰랐다. 그는 슬금슬금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왔다. 나무 맘마시간을 계산해서 자는 나무를 깨워서 바로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여전히 작은 대야에 앉아서 씻고 있는데 목욕을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로션 바르고 옷 갈아입는 시간을 좀 싫어할 뿐. 배고파서 울 줄 알았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오늘 메뉴는 깻잎을 돌돌 말아 구운 스팸과 밑반찬, 홍합미역국을 먹는다. 아기는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 잘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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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 된 나무,
보이는 게 많아진 것 같다. 색깔이 있는 사물도 잘 쳐다보고 손을 뻗어 잡는 시늉을 한다. 두 손을 깍지를 끼우거나 맞잡을 수 있고 입에 잘 갖다댄다. 쪽쪽이는 질겅질겅 껌처럼 씹고, 맘마도 적당히 먹고 조금씩 남기고 있다. 그리고 오늘, 바닥에 있는데 갑자기 몸을 구부리더니 용을 쓰고 있었다. 남편도 나도 어제 이 모습을 봤었는데, 알고보니 뒤집기를 하려는 거였다. 엄마 아빠는 감동받아서 눈물을 흘리는데, 나무는 혼자서 잘 안되니까 소리도 지르고 성질을 부린다. 감동파괴자 이나무. 이제 뒤집기 지옥문이 열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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