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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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월요일,
아기는 1시에 잠들어 5시에 일어났다.
셋이 동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내가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눕자마자 잠든 것 같은데. 아무튼 아기를 다시 재워놓고 거실로 나왔다. 고요한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나홀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보니 내게 주어진 제일 자유로운 시간이랄까.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 편하게 폰을 들여다 보았다. 얄궂은 것들을 마음껏 구경하고 검색도 하고 돌고 돌아 마지막은 나무 사진과 영상을 켠다. 계속 보고 있으니까 아기가 보고 싶어졌다. 6시 반, 나무 옆에 다시 눕고 나무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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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반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잠을 잤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아기침대를 스르륵 끌고 거실로 나갔다. 큰 침대를 차지한 이숭이는 오전이 사라질 때까지 자고 일어났다. 남편은 부엌에서 또각또각 무를 채썰고 나무는 바닥에 누워서 혼자 조용히 놀고 있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새 모빌이 같이 흔들린다. 혼자서도 잘 놀아요 모빌 시스템인가. 두 남자에게 달려가 아침 인사를 하고는 씻으러 간다. 대충 앞머리를 자르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샤워를 끝냈다. 그냥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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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이 거의 떨어진 탓에 남편이 주말동안 밑반찬을 만든다고 했다. 이제는 능숙하게 만드는 음식들이 한 두가지 아니었다. 무생채는 이제 눈 감고도 만들 정도여. 아이러니하게도 밥도 다 안치고 반찬도 만들었는데 왜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빵이랑 과일을 먹냐. 속없는 우리는 윤스테이 5화를 보면서 깔깔깔 웃었다. 자다 깬 나무는 눕기 싫은지 낑낑낑. 그럴 때 앞을 보게끔 앉히면 잘도 있는다. 아무래도 보이는 게 많아져서 그런지 같이 눈이 똥그래져서는 윤스테이를 같이 보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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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선다.
다음 메뉴는 파래무침. 엄마가 만들어주신 반찬이 맛있었다며, 엄마한테 전화해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요즘 남편이 음식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양념을 만들 때 설탕과 올리고당은 단맛을 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인 것 같아도 엄연히 다르다는 거였다. 올리고당에 빠진 우리는 오늘도 여러 번 꺼내서 사용했다. 파래무침을 끝내고 다음은 도라지무침. 소금물에 쓴 맛을 없애고 먹기 좋게 손질을 끝냈다. 간장,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엔 참기름이랑 통깨 샥샥샥. 여기까지가 끝인 줄 알았는데 대파 한 단을 꺼냈다.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이제는 드릴슈페너 한 잔 만들기. 해도해도 끝없는 집안일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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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끝이면 좋겠지만, 이제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 됐다. 앞다리살을 양념에 재워뒀다가 홍합미역국을 끓이고 고기를 구웠다. 고추장 불고기는 밥도둑이었지. 깻잎 위에 고기랑 쌈장을 올리고 어제 만든 양배추무절임과 함께 입으로 쇽. 아기를 키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어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잘 먹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다 남편과 아기 덕분이었다. 아기 목욕을 끝내고 일기를 쓰는 지금, 감사한 1월 2월이 지나고 감사한 3월의 첫 날을 보냈다는 사실에 또 감사해진다. 잔잔한 행복이 가득한 한 달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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