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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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목요일,
나무가 일찍 잠들었다.
9시에 자서 깬 건 새벽 2시 반. 맘마는 7시 반에 먹었으니 수유텀은 7시간만이었다. 이렇게나 안 먹어도 잘 수 있다고? 나도 가끔 비몽사몽으로 먹으면 밥맛이 없곤 하는데 나무도 그런지 맘마를 열정적으로 먹진 않았다. 10ml을 남겼다. 그러고는 다시 쿨쿨쿨. 새벽에 혼자 거실에 놀러갈까 하다가 그냥 잠을 자기로 했다. 꿈나라로 떠난 우리셋. 아침이 천천히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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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소리에 남편도 깨고 나도 깼다.
깰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는 나무가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 아침 6시 40분에 뒤집기를 하려는 거야.. 몸을 둥글게 구부리더니 옆으로 뒤집으려고 낑낑 끙끙. 아무리 힘을 줘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거친 몸부림과 함께 소리를 지른다. 한 손으로 나무를 도와줬더니 쉽게 넘어가고 엎드려 있었다. 그래, 뒤집기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나중에 낮에 하면 안 될까.. 하루가 길단 말이야. 남편이 출근할 때 배웅을 하려고 했는데 잠깐 누웠다가 그대로 딥슬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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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의 89일.
바디수트가 몸에 꽉 낀다. 바지도 꽉 껴서 동글동글 퉁퉁해진 나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옷들이 하나둘 작아지고 있다. 배냇저고리부터 몇 번 못 입은 옷도 쌓여만 간다. 이래서 아기 옷들은 한 철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들만 옷장에 옷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기들도 없네. 나날이 늘어가는 침 분비량에 턱받이도 부족한 상태에다 옷도 부족해지네. 오늘따라 나무의 허벅지는 굉장히 튼튼해 보여서 피식피식 웃음이 삐져 나온다. 마치 운동선수 같기도 하고. 엄마는 오늘도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사주고 싶은, 얄궂은 게 참 많네. 귀여운 건 또 왜 이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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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남편이 어제 미리 불려준 떡국가래와 감자만두 세 개를 넣는다. 달걀 하나를 풀고 파만 넣으면 완성. 밑반찬이랑 밥이랑 같이 든든하게 먹었다. 맥심까지 한 잔 다 마시고 나니까 나무가 잠에서 깼다. 밥 먹을 시간을 줘서 고마워. 우리의 오후는 늘 그렇듯 노래 부르기, 안아주기, 킁킁킁 냄새 맡기, 아기체육관에서 놀기, 눈 마주치면서 웃고 이야기하기 등등 할 게 많다. 그러다 배고프면 맘마주고 울면 달래주고 잠이 오면 재우고. 30분 넘게 엉엉엉 운다. 이렇게 길게 우는 게 오랜만이라 지쳐버린 나. 안아도 엉엉엉 걸어다녀도 엉엉엉 눕히면 꺼이꺼이. 한참을 씨름하다가 겨우 눕혀서 재우고 나도 잠이 들었다. 두 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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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카레.
양배추랑 무절임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카레를 먹기로 했다. 청양고추 조금 썰어 넣은 약간 매콤한 맛에 달걀 후라이랑 소세지는 토핑으로 숑. 우리가 밥 먹을 때까지 또 잘 기다려줘서 고마워 나무야. 캐논변주곡이 흘러나오는 밤. 남편이랑 나무는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 아빠의 발이 장난감이 되어 발을 뻥뻥차는 우리 아가. 잘 놀다가 갑자기 서러운 듯 울어서 우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게 배고팠니. 참 귀엽고 짠하고 사랑스럽고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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