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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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금요일,
어젯밤에 또 겪은 미스테리 똥파티 현장.
‘냄새난다’는 말에 코를 갖다 댄다. 누가 봐도 똥이었다. 부랴부랴 치울 준비를 하고 열정가득한 모습으로 나무 앞에 앉은 우리. 엇? 기저귀를 열었더니 똥이 없다. 눈뜨고 또 당했네 당했어. 분명히 냄새가 났는데.. 나무야 방귀였던 거니. 왠지 모르게 아쉬워하고는 기저귀를 다시 채워주었다. 그 때 우리 나무는 세상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 아빠 나 응가 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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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에 먹이고 9시에 맘마를 먹였다.
오늘도 비몽사몽으로 남편이 출근하는 걸 보지 못 하고 잤다. 평소보다 일찍 깬 아기는 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거실로 데려가 안아주고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조리원동기 언니한테서 기저귀가 아직 남아있냐고 연락이 왔다. 지난 번에 2단계를 넉넉하게 샀는데 나무한테는 좀 작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남았으면 나눠 쓰자길래, 바로 오케이를 외친다. 저렴하게 거래를 하고, 나는 간식을 언니는 사과 6개를 물물교환하는 우리의 당근마켓. 나무를 한 번 안아보고 따뜻해지면 만나자며 인사를 나눴다. 엘리베이터 타고 슝. 그렇다. 조리원동기가 같은 아파트에 사람이었다. 12월 6일, 일요일, 같은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우리 사이. 신기한 인연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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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아기체육관에 데려다 놓고 밥을 먹었다.
어제 남은 카레, 남편이 미리 구워 놓은 소세지랑 달걀후라이까지. 다행히 밥을 먹을 시간은 주고 커피 마실 시간은 주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가 식어서 차가워졌지만 커피는 맛있었다. 요 며칠 나무가 꽤 보챈다. 원래 안겨서 자는 걸 좋아하지만 이제는 계속 안아달라고 엉엉엉. 눕히면 싫다고 엉엉엉. 그 덕에 내 손목이 남아나질 않네.. 눈치게임을 하듯 틈틈이 집안일을 해놓고 안아주고 달래주고.. 유난히 봄날씨인데 수면바지에 옷 두겹은 너무 더웠다. 땀이 줄줄줄. 꾀죄죄한 내 얼굴.. 얼른 씻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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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니까 바깥음식을 먹자.
고민할 것도 없이 통닭. 후참에서 세 가지 맛을 시켰다. 치즈볼, 감자까지 잔치를 벌인다. 영화 ‘기묘한 가족’을 보다가 뭔가 뒷 내용이 궁금하지 않아서 살며시 종료를 눌렀다. 넷플릭스를 돌고 돌아 보는 건 윤스테이였다. 누워있기 싫어하는 나무는 앞으로 앉히면 잘 앉아있었다. 셋이서 예능을 보고, 매운 거 잘 못 먹는 나는 매운 통닭을 먹고 힘들어했다. 음료로 배 채운 느낌.. 하. 나무 목욕 시켜야 하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나무를 안고 둘 다 쿨쿨쿨. 2시간동안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다. 일기도, 나무목욕도 못 할 정도로 피곤했나 보다. 피곤하면 나타나는 발등 통증, 여전한 피부 트러블, 구내염도 두 개, 손목이랑 무릎도 골골 상태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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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 나무는 사랑스럽고 귀엽네.
90일 된 나무. 요즘 양 손을 입에 잘 갖다대는데, 팔에 힘이 생겼다고 오른팔을 슈퍼맨처럼 잘 들고 있다. 뻗은 팔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물건을 손에 쥐어주면 쥐는 힘이 없어서 미끄러지던데, 오늘은 오른손으로 장난감을 꼭 쥐고 있었다. 시야가 더 넓어졌는지 고개를 돌리는 속도도 빠르고 두리번 두리번 곳곳을 살핀다. 기특하게도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기는 매일 도약을 하고 있다. 엄마는 너의 그런 모습을 잘 관찰할게. 오늘도 사랑해 우리 아기, 우리 남편,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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