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3월 6일 토요일,
어제 총 수유량이 680ml이라니.
0시부터 24시까지 기준이라 24시가 지나서 먹으면 다음날로 계산되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적게 먹었네. 한때 1000ml을 먹는 아기였으니까. 1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재웠다. 4시간 후에 배가 고프다며 낑낑낑 거리는 나무에게 또 먹이고 또 재운다. 거실에서 혼자 놀다가 잠깐 방에 들어갔는데 나무가 눈을 뜨고 있다. 안고 나와서 거실에서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걸어본다. 새벽 5시에 할 말이 이리도 많았던가. 목소리도 커지고 길게 소리를 뺄 줄 아는 능력을 뽐낸다. 웃고 떠들고 소리지르고. 아빠 깬다 나무야.. 내 자유시간은 사라졌고, 1시간을 놀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니 11시가 됐다.
남편이 아기를 봐주다가 씻으러 간다며 아기를 내 옆에 다시 눕혔다.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을 끓여먹을랬는데 못 먹었단다. 아이참. 12시 치과 예약이 되어있어 바쁘게 집을 나섰다. 오늘도 꽉 끼는 옷을 입고 귀여움을 장착한 우리 아기. 내가 아기를 놀아주는 것 같지만 반대였다. 옹알이 대화를 주고받고 배시시 웃음을 주고받고 노래 불러주고 안아주기를 반복하고 있는 사이에 남편이 돌아왔다. 고기를 사 들고온 토요일의 해피맨.
.
첫 끼로 대낮에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봄철 우리의 미나리 사랑이 시작되었지. 작년에 별의 별 요리를 해먹었던 때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우리가 아니였다. 더조와서의 초록 꽃다발을 씻어서 먹기 좋게 자른다. 남편은 후라이팬 두 개를 꺼내더니 마늘과 미나리, 삼겹살을 동시에 구웠다. 캬. 맛있는 건 다 모였네. 그가 만든 양배추 무절임도 곁들이고 1인 1접시로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나는 구운 미나리를 좋아하고 남편은 생미나리를 좋아해서 미나리가 쭉쭉 줄어들었다. 윤스테이를 보면서 무알콜맥주까지 벌컥벌컥 들이켜니 기분이 하늘을 찌르네. 캬. 목넘김이 예술이야. 자, 시작은 미나리 삼겹살이고 이제 뭐 만들어 먹지?
.
집안일을 끝내고 3일 만에 나무를 씻겼다.
아침에 아무리 손수건으로 얼굴과 손 발을 닦아주긴 했지만 콤콤한 향기는 계속 남아 있었다. 자는 나무를 깨워서 물에 들어갔는데 몸이 퍼지는지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기저귀를 채우기도 전에 오줌 발사를 해버린 나무. 딴 생각하고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옷은 물론이고 담요도 다 배렸다. 나도 꼬릿꼬릿 만만치않다고 씻으라는 건가. 아무튼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나무가 잘 자고 조용히 있어준 덕분에 토요시네마를 열 수 있었다. ‘중경삼림’을 보려다 갑자기 선택한 ‘나이브스 아웃’. 다들 연기도 잘 하고 흥미진진한데?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0304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