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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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일요일,
누군가가 일요일 아침을 깨운다.
비몽사몽으로 들리는 나무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뭔 7시부터 뒤집기를 하려고 난리난리냐.. 뒤집기 증상으로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몸을 휜다고 해야하나. 예전부터 그러던데 머리 위에 있는 걸 쳐다본다고 그런 줄 알았지 난.. 혼자하려니 마음대로 잘 안 되는지 소리를 지른다. 으아아아악. 그 소리에 깬 남편은 나무를 보면서 당황스럽다는 듯 웃었다. 여러번 해보기를 기다렸다가 다리랑 몸이 넘어가도록 도와줬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들고 버티기 힘들다고 으아악. 나무야 동네 사람들 다 깨겠어.. 아빠 배 위에 올려줬더니 그새 좋다고 방글방글 웃고 있네. 아직은 삐걱삐걱 움직이지만 그마저도 귀엽다. 아, 너무 일찍 깨운 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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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낑낑 찡찡찡 우는 나무가 안 되겠는지 남편은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넓게 차지한 침대에서 혼자 쿨쿨쿨. 11시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은 녹초가 되어있었다. 잠도 잘 안자고 보채고 울고 응가하고.. 어느새 아기는 내게 와있었고 남편은 점심을 준비하러 떠났다. 메뉴는 미역국, 연근부침과 미나리전. 연근조림만 알았던 우리는 연근부침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남편은 연근 껍질을 벗기고 썰 때 느낌도 좋다고 했다. 고소한 맛이 좋은 매력쟁이 연근. 그 다음엔 홍합육수를 낸 미역국 끓였고, 한 번씩 간을 보라고 내게 역할을 주곤 했다. 건져낸 홍합을 쫑쫑썰어서 미나리랑 청양고추를 섞어서 반죽을 만들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미나리전을 보니까 막걸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오후 2시, 늦은 점심이었지만 우리집 요리사 덕분에 맛있게도 잘 먹었다. 배가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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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잠깐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아기체육관에서 팡팡팡 뛰어놀게 해줬는데 어느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처음엔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신나보이더니,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고 찡그린 표정을 보인다. 오구오구 입으로만 달래주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까 나무는 입이 씰룩씰룩,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있는 엄마가 나야 나. 크게 울기 전에 안아주고 돌아다니다가 침대로 데리고 왔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데 계속 찡찡찡. 겨우 달래고 팔베개를 해주고 안아서 재웠다. 나도 그 옆에서 또 자고. 남편이 와도 비몽사몽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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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테이 6화를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
남편은 이제 좀 쉬나했는데 칭얼거리는 나무를 아기띠에 메고 달래주고 주고 있었다. 그러다 안방에 들어가 아기띠를 한 채, 아기띠에 들어가 있는 채로 잠든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짠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세상 불편한 자세인데 세상 달콤하게 자고 있는 두 사람. 우리가족 덕분에 오늘도 행복은 내 곁에서 왕창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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