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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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월요일,
오메 이게 무슨 일이야.
나무가 새벽에 낑낑낑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맘마먹을 시간이 지나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뒤집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새벽 4시 50분에.. 하. 너무 힘들어보여서 손으로 엉덩이와 허리를 받쳐주고 뒤집기를 도와주었다. 침대다보니 팔을 쭈욱 뻗어 힘을 쓸 수 없는 나무는 힘들다고 찡찡찡. 궁디팡팡해주고 얼른 맘마를 주기로 했다. 다 먹고 수유패드에서 뒤집기를 하는 거 보고 입이 떡 벌어지던 나. 나무야 새벽에는 같이 자는 게 어떨까.. 낮에 많이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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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재우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조용한 공간에 나만 깨어있는 기분이 괜찮았다. 뭘 딱히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눈이 피로해질 때, 아기가 궁금해질 때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새근새근 두 남자의 숨소리를 들으며 다시 눈을 붙인다. 오늘도 남편이 깬 걸 보지 못 하고 계속 잤다. 이번에도 나를 깨우는 건 나무였지.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던데. 젖은 수건으로 얼굴이랑 손과 발 몸을 닦아주려는데 기저귀가 새서 이불이랑 옷이 다 젖어 있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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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아기체육관에 데려다놓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닥까지 닦는건 무리였나. 세탁기를 돌리고 먼지털고, 바닥에 눕혀 모빌을 보게 하면서 빨래를 팡팡 털어서 너는데 그새 또 아기는 나를 불렀다. ‘엄마한테 얼마나 안겨있고 싶을까’ 생각을 해보면 칭얼거리는 아기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아기가 이 세상에서 기댈 곳은 엄마 아빠 밖에 없다. 틈틈이 안아주고 놀아주고 방긋 웃어주고 이름 불러주면서 달래주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100일도 안 된 아기에게 많이 자고, 많이 먹고, 많이 놀고, 혼자 잘 있기를 바라는 건 순전히 엄마의 욕심이겠지. 아무튼 아기는 그저 사랑이었다. 눈을 마주치면 싱긋 웃는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엄마 품이 포근한지 파고들 때도 사랑을 느꼈다. 나무가 우리 아기인 게, 내가 아기 엄마가 된 게 여전히 신기해 하고 있었다. 언제 적응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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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어서 남편의 퇴근을 볼 수 있었다.
오자마자 나는 아기를 맡기고 씻으러 들어갔다. 열탕소독도 빨래개기도 다 맡겼네. 헤헤. 나오자마자 나무를 바로 씻기기로 했다. 내가 씻고 있을 때 나무는 응가를 했단다. 하루종일 뽕뽕뽕 따발총같은 방귀를 껴서 몇 번을 기저귀를 열어보곤 했는데 응가했구나! 낮에 ‘나무야 오늘은 아빠 오면 응가해줘..’라고 말했는데 나무가 내 부탁을 들어줬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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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음식에 현혹된 자여.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양념통닭에 현혹된 자여. 냉이된장국과 미나리전은 어디로 가고 통닭을 먹고 있는 건지.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고 오케이를 외쳤으니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됐다. 영화 ‘적과의 동침’을 보는데 1991년 줄리아 로버츠는 너무나도 예뻤고 남편은 너무 숨막힐 정도로 무서웠네. 무서워. 으으으. 나무도 영화가 궁금한지 계속 화면을 보고 있었다. 잔잔한 하루, 셋이서 잘 보냈다. 이제 남편과 나무와의 동침을 하러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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