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3월 9일 화요일,
우리가 잠든지 30분 만에 일어났다.
나무의 맘미사간은 새벽 1시. 갑자기 뒤집기를 하려고 몸을 구부리더니 이젠 맘마를 달라고 외친다. 나무가 부디 밤에는 뒤집기를 하지 않고 잤으면 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4시 40분에 뒤집으려고 낑낑낑 끙끙끙. 어제도 5시 전에 하던데, 혹시 그 시간은 뒤집기하는 시간인 거야? 낮이 아닌 밤이라 내 몸이 고단해서 투정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은 몰래몰래 도와주면서 잔잔하게 웃고 있는 이숭이였다.
.
잠결에 남편과 인사를 나눴다.
피곤할 텐데 열탕소독까지 해놓고 회사로 향했다. 나무는 9시 쯤 맘마를 먹고 다시 자는가 했더니, 빛이 들어오는 창문과 커튼 쪽을 향해서 웃고 있었다. 한참을 놀다가 또 뒤집기 시-작. 이제 정말 틈만 나면 뒤집으려고 하는구나. 아기 몸이 이렇게까지 뒤로 잘 젖혀지는 줄 몰랐다. 아기의 세계는 매일 새롭고 신기하다. 얼굴이랑 손발을 닦아주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혔다. 동요를 틀어놓고 끊임없이 부르고 논 우리. 칭얼거리면 안았다가 괜찮으면 눕혔다가 결국 안아서 재우고, 내 배 위에 눕혀서 쿨쿨. 이 때가 12시였는데 나 언제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까.
.
역류방지쿠션에 올려 놓고 모빌을 보여준다.
이제 드디어 내 시간이 왔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점심 챙겨 먹기. 곰탕 육수에 만두랑 떡을 넣어 떡국을 끓였다. 달걀을 풀어서 넣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 덩어리째 넣고 휘휘 젓는다. 파랑 미나리를 넣고 따뜻할 때 후후 불어 먹었다. 잘 기다려준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 먹지 못 하고 나무를 다시 안았다. 배 부를 정도로 먹었으니 그거면 됐다.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싶어 물을 끓였다. 졸리다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나무를 보면서 한 모금씩 홀짝홀짝 들이켰다. 내게 허락된 유일한 낙은.. 맥심이었나..
.
오늘 정말이지 나무가 나를 하루종일 붙잡았다.
아직 엄마 껌딱지 시기도 아닌데 벌써부터? 내려놓으면 울고 안고 있어도 찡찡거린다. 빨래도 몇 번을 나눠서 널었고, 집안일은 손도 못댈 정도였다. 나무야.. 엄마 화장실은 가야할 거 아니니.. 쪽쪽이도 수십번 물고 뱉고. 턱받이가 마를 새도 없이 침이 뚝뚝뚝. 아유. 봄날인데 우리집은 왜이리 더운지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힙시트에 앉혀서 돌아다니는 것도 잠시였고 무조건 안고 걸어다니기를 원했다. 잠은 오는데 바로 잠들지 못 하니까 또 찡찡. 왜 아기엄마들이 남편의 퇴근시간이 기다려지는지 알 것 같았다. 아기체육관 덕분에 잠깐 내려놓고 밥 안치기, 청소기 돌리기, 젖병씻기, 설거지하기를 끝낼 수 있었다. 자, 이제 자러가자.
.
6시가 되기 전에 나무를 재우려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도 바로 바닥에 눕히거나 눕혀서 안으면 난리난다. 꼭 세워서 들어줘야 겨우 잠들까 말까. 소근소근 귓속말도 해보고 답답해서 큰소리도 내보고 노래도 부르고 부탁도 해봐도 쉽지 않았다. 겨우 잠들어 눕히고 나도 눕고. 팔베개를 해주고 안아서 1시간 반을 넘게 잤으니 왼쪽 팔이 저려왔다. 남편한테도 안해준 팔베갠데.. 퇴근하고 그는 부엌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님이 주신 냉이를 손질하는데 진땀을 빼던 중이었는데 곧바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냉이된장찌개, 미나리전과 연근부침. 저녁을 왜 8시 반에 먹는 걸까. 아무튼 남편 덕분에 씻고 낯빛이 조금 되살아났다. 후하후하. ‘오늘 정말 힘들었다’고 일기를 적는데 나는 또 왜 아기가 궁금해지냐. 힘들었지만 하루를 돌아보니 웃기도 많이 웃었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