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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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수요일,
어젯밤 열시 전부터 아빠 품에서 비몽사몽하던 나무. 자다 깨서 12시 45분에 160ml을 다 먹고 다시 잠들었다. 배가 든든해져서 잠을 더 잘 잔걸까. 6시간 만에 일어났다. 아, 중간에 낑낑낑 뒤집으려고 하길래 재빠르게 쪽쪽이를 물려줬다. 깨면 너도 피곤 나도 피곤 남편도 다 피곤할까 봐 모두의 평화를 위한 대처였다. 남편의 출근 준비하는 걸 볼 수 있어 감사했던 아침. 중문을 사이에 두고 나무랑 같이 인사를 나눈다. 잘 다녀와요 여보. 다녀오세용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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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 잘 잤구나?
밤에 잘 잔 만큼 하루 시작이 빠르다는 걸 간과했다. 맘마를 먹었으니까 바로 자러갈 줄 알았지 난. 이렇게 말똥말똥할 줄이야.. 거실 바닥에 눕혀놓고 흥을 북돋아주기 시작했다. 잠긴 목소리로 부르는 동요라니. 모빌도 보여주고 말도 걸어주고 안아주니까 좋아서 신이 났다. 거의 9시쯤 잠이 든 나무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좀만 더 자고 일어나자 귀염둥이야. 하지만 1시간도 채 안돼서 나를 깨운다. 하품은 계속하는데 왜 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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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찍 일어나니까 배도 일찍 고파져온다.
나무가 아기체육관을 점령한 동안 후다닥 밥을 차렸다. 어제 남편이 끓인 냉이된장찌개와 두부부침을 데우고 고봉밥처럼 한 그릇 가득 밥을 펐다. 봄내음이 느껴지는 음식들. 미나리랑 냉이가 그렇다. 나무가 부르기 전에 봄을 한 가득 머금고 다시 육아세계로 입성! 오늘도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불러서 또 제쳐뒀다. 우리옷 빨래, 수건 빨래, 아기옷 먼지털기, 수건 건조만 해도 세탁기랑 건조기가 열심히 일하고 있네. 다시 아기체육관에 데려다 주고 청소를 하는데 나무가 또 부른다. ‘으으 으 으으’. 이 소리는 왠지 똥파티일 것 같아서 기저귀를 열어봤는데 반갑게 똥이 보인다! 무~야호~ 아기가 내는 소리에 조금씩 알아가는 그 기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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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돌리기, 돌돌이, 설거지, 젖병씻기, 쓰레기통 비우기는 매일 계속 된다. 후다다닥 끝내놓고 나무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엄마를 알아보는건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도 웃었다. 얼마 후 우리 둘 다 소파에서 쿨쿨쿨. 남편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고 곯아떨어졌다. 아이고 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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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뻥튀기를 바로 먹는다.
설거지가 끝나면 나무를 씻기기로 했는데, 내가 순서를 가로채서 먼저 씻겠다고 했다. 개운하다고 신난 이숭이. 거실은 붉은 조명이 켜져 있다. 테이블엔 프리지아 꽃과 편지, 조각케이크? 이게 뭐야? 무~야호만 외치고 물음표 오백 개를 찍는다.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엄청나게 굴린다. ‘오늘 무슨 날이지? 3월 14일인가? 아닌데, 무슨 날이지?’ 하다가 오늘이 3월 10일임을 알게됐다. 요즘 바쁘긴 했는지 날짜 감각이 없었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봄날인데 벌써 4주년이라니. 갑자기 눈물 팡팡 콧물 펑펑펑 쏟고 말았다. 내가 울면서 나무를 불렀더니 나무 입이 뾰족뾰족거리면서 울려고 했다. 웃으면 따라 웃고 울면 따라 우는 아기에게 벅찬 감동을 받은 날. 한결같이 사랑이라 말하는 남자에게 감동을 받은 날이었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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