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3월 11일 목요일,
우와, 8시간 만에 맘마를 먹었네?
어젯밤 9시 반에 먹고 잠들었는데 새벽 5시 반에 깼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먹었던 게 40ml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길게 잘 수 있는 거야? 아니, 어떻게 배고픔을 참고 잔 거야 나무야? 주는 대로 다 먹을 기세였지만 160ml만 타왔다. 단번에 다 비우고 트림까지 시원하게 끄윽. 그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내 작은 담요가 어디갔지? 두리번 두리번거리면서 찾고 있었는데 남편이 덮고 잔다. 잉? 언제 가져간 걸까. 내가 며칠 전에 이불 뺏아갔다고 복수하는걸까. 흐흐흐.
.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몸도 일으키지 않고 ‘여보’만 불렀다.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 들여다보는 남편에게 손만 흔들고는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다. 많이 잔 거 같은데 왜이리 몸이 무겁지. 아이참. 아침 일찍부터 나무랑 놀았다. 동요부르고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하는데 표정은 시무룩. 갑자기 어제 울먹울먹하던 표정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그러다 즐거워졌는지 옹알이랑 빵글빵글 웃는 나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아기가 귀여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네. 더군다나 내 아기니까 그냥 하트뿅뿅이다. 매일매일 도치맘이 된 나무엄마였다.
.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히고 젖은 손수건으로 몸이랑 얼굴을 닦아주었다. 아쉽지만 밤새 모은 먼지들이랑 빠빠이하자. 먼지랑 코딱지 확인하는데에 꽤 진지한 이숭이. 허벅지랑 정강이 부분이 건조한 편이라 자주 로션을 발라주려고 한다. 많으면 3번? ‘아기의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건 엄마의 부지런함’이라는 짧은 문장을 보고 나서는 그 글귀가 계속 맴돌았다. 반대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피부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가. 약간 반감이 들긴한데, 어쨌든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슥슥슥 발라본다. 나무야 로션 바르자~
.
엄마 껌딱지가 된 나무.
점심으로 카레를 먹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오늘은 나무는 내 곁에 있었다. 뭐 좀 하려면 부르고 그 좋아하던 모빌도, 아기체육관도 싫단다. 그냥 안겨있고 싶나 보다. 오랜만에 바닥을 닦는데 잠시만 내려놔도 칭얼거렸다. 안아서 재우고 몸 위에 올려서 재우고, 안고 돌아다녔더니 이마엔 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세탁기가 꺼진지 두 시간이 지났나 그제야 빨래를 널 수 있었다. 설거지도 패스, 아까 닦던 바닥도 패스. 바닥 한 번 더 닦으려면 걸레를 빨아야하는데 아이참. 커피도 다 마시지도 못 했네.
.
남편이 오자마자 아기를 맡겼다.
쉰내나는 내 몸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보채는 나무를 안고 재우는데, 동네언니 부부가 놀러왔다. 피자 두 판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7시 반부터 자던 나무는 10시 쯤에 깼고, 거의 5시간 반만에 맘마를 먹었다. 이러다 밤에 안 잘까 봐 살짝 긴장했는데, 금세 또 잠이 들었네. 동네 가까이 아기끼리 친구, 친하게 지낼 부부가 있어 참 즐겁고 좋다. 아까 분명 피곤하다고 지쳤었는데 피자 먹고 커피랑 케이크까지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히히.
.
아유. 피곤하다 피곤해.
분명 아기는 밤에 잘 잔거 같은데 낮에는 왜 찡찡찡했을까. 잠시만 내려놔도 울려고 하고, 놔두고 어디라도 갈까 봐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울어서 안으면 엄마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옷깃을 꽉 잡거나 내 팔을 아기가 세게 잡았다. ‘그만큼 엄마가 아기에게 큰 존재겠지’ 하면서도 나는 내려놓아야만 했다. 손목이랑 무릎은 아프지만 눈에 보이는 집안일들을 내팽겨칠 수가 없었다. 내가 못 하면 남편이 힘들 것 같아서 뭐든 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되게 피곤하네. 어우 어우. 이제 자러 가볼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