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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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금요일,
어느 순간 꿈나라로 떠난 세 사람.
고단했겠지. 가족의 하루로 보낸다는 게. 나무는 아까 밤에도 잘 자더니 4시간 반만에 일어났다. 꽤 많이 잔 것 같은데 2시 반 밖에 안됐다니.. 그럴 때마다 남편한테 지금 몇 시인지 퀴즈를 내곤 했다. 4시라고 대답하는그에게 2시 반은 아주 달콤한 선물같았다. 아기도 남편도 다시 잠들었고, 혼자 거실에 나가 폰을 들여다보고 놀았다. 여태 뭘 봤는지 기억도 못 할만큼 꾸벅꾸벅 졸다가 더이상은 무리인 것 같아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가족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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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0분 알람소리에 남편이 깨고, 맘마시간이라 나랑 나무도 깼다. 졸린 중에도 참 맛있게 먹네. 트림을 시키고 싶은데 졸린지 고개는 여기저기로 훅훅 떨어진다. 앉혀봐도 계속 꾸벅꾸벅 헤드뱅잉을 하는 나무를 다시 눕힌다. 현관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문이 닫힐 때까지 바라보았다. 나는 이불도 안 덮고 대자로 뻗어버렸다. 얼마 후 오한이 느껴져서 호돌돌돌 떨었다. 장판을 켜고 담요랑 이불을 꽁꽁 싸매고 난리였던 나에 비해 나무는 새근새근 잘도 잔다. 그러다 혼자 놀고있길래 손발 먼지,얼굴에 눈곱을 떼어주고 옷을 갈아입혔다. 로션과 크림을 발라주면서 잘 잤냐고, 어젯밤엔 무슨 꿈을 꿨는지 말을 걸어본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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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돌려놓고 12시 쯤 깜빡 잠이 들었다.
실은 잘 생각이 없었는데 졸린 나무를 내려놓으면 깰 것 같아서, 좀 더 많이 잤으면 하는 마음에 안아서 재웠다. 팔베개는 서비스입니다 손님. 해야할 집안일들을 제쳐두고 아기한테 집중한 만큼 아기는 낮잠을 3시간이나 잤다. 점심도 잊은채 나도 쿨쿨쿨. 그랬더니 역시 기분이 좋아보인다. 재빠르게 청소기를 돌리고 와서 기저귀를 갈아주려는데 냄새가 스멀스멀 풍겨왔다. 똥파티였다. 닦아줬더니 또 기분좋다고 방글방글. 귀여워 죽겠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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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세계, 육아의 세계가 신기한 게 어제 힘들었으면 오늘은 괜찮다는 거. 하루 만에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느낀다. 피곤하다고 찡찡찡했던 어제의 나는 오늘 밝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더 많이 놀아줬고 더 많이 안아줬다. 아기의 웃음에 행복을 느끼는 이숭이였다.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도 나무얘기를 빼먹지 않는다.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아빠의 품에서도 잘 노는 우리 아가를 보며, 주먹고기를 촙촙촙 맛있게 먹는 아기를 보며 힘을 얻었다. 저녁엔 남은 통닭을 데우고 무알콜맥주를 꺼냈다. 보통의 금요일밤을 즐기는 우리. 영화 ‘중경삼림’까지. 꽤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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