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3월 13일 토요일,
우리 아기는 5시간 만에 160ml을 거뜬하게 비웠다. 트림을 하면 좋겠는데 오늘도 비몽사몽이다. 작은 감자만두같이 생겨가지고. 앙 다문 입술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안을 때마다 킁킁킁 냄새를 맡곤 하는데 콤코오옴한 냄새는 묘하게 중독된단 말이야. 이틀 목욕을 안했으니 짙은 식초향이 떠돌아다닌 듯하다. 옆에 누워있는데 이불을 덮어주면 발로 뻥뻥 걷어차고 또 덮어주면 금세 다리가 빠져나왔다. 갑갑한 거 싫구나? 결국 작은 수건으로 배를 덮어주고 춥지 않게 최대한 몸을 딱 붙였다. 아, 따뜻하여라.
.
남편 전화벨소리에 눈을 떴다.
눈만 아주 잠깐.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 무슨 요일이지? 무슨 전화지? 회사가는 날인가? 출근 안해서 걸려온 전화인가? 뭐지?’ 하다가 인덕션 기사님이란 걸 알았다. 오전 중에 설치하러 오겠다고 아침부터 연락이.. 하. 10시에 장보러 갈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남편은 깨서 거실로 나갔고 나랑 나무는 10시까지 계속 잤다. 분명히 일어났는데, 인덕션 설치를 하는 동안에 방에 들어간 우리는 또 잠이 들었다. 두 시간이나 쿨쿨쿨. 오늘도 볼 빨간 나무랑 이숭이는 잠에 진심을 쏟았다.
.
그새 남편은 바구니 한 가득 장을 봐왔다.
내일 99일이지만 백일상을 위한 준비라고 해야 하나. 과일과 고기, 음료수와 막걸리, 그리고 바나나킥. 후다닥 빵이랑 우유로 배를 채우고 분업을 하는 우리. 첫 백일상이라 집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백일상을 대여했다. 낱개로 포장된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상을 차리면 된다. 남편은 부엌에서 일을 보는 동안 나는 하나씩 하나씩 퀘스트를 해나가고 있었다. 상 하나만으로, 나무 이름이 적힌 토퍼 하나만으로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우리아기가 의자에 앉을 만큼 컸다니. 벌써 백일이라니.
.
퇴근하려는 해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다.
아직 의자에 앉으면 고개가 삐걱삐걱, 앞으로 뒤로 옆으로 기울어지지만 그것마저 사랑스러웠다. 손깍지를 끼고 손을 빨려고 열심인 모습도 귀엽네. 침은 어찌나 계속 흐르는지. 샘물처럼 줄줄줄. 부디 나무가 내일 기분좋게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나는 뭘 입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아기를 낳고 여전히 남아있는 2kg, 임신 전에 찐 +a로 인해 맞는 옷이 없네. 흐흐. 그렇다고 매일 입는 꽃무늬 잠옷을 입을 수도 없고 아이참.
.
저녁은 분식.
남편은 종종 내게 묻는다. ‘아기 볼래? 저녁 준비할래?’ 그럼 바로 튀어나오는 ‘아기’. 남편은 아기보다는 요리가 더 낫다고 했다. 서로에게 맞는 역할분담은 윈윈이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틀었다. 김말이는 겨자를 넣은 간장이나 떡볶이 국물에 콕콕, 순대는 막장에 콕콕, 떡볶이랑 어묵튀김도 신나게 먹었다. 다 먹고 나무 목욕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화장실로 향한다. 다시 돌아와서 바나나킥 한 봉지를 뜯었다. 어제 먹고 싶다고 했는데 사 와서 땡큐 여보. 이건 사랑이야. 뭐 했다고 1시가 넘었는지 아이참. 나무는 개운했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자고 있다. 예쁜 꿈꾸고 내일 만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