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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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월요일,
다행히도 나무가 밤엔 잘 잤다.
12시에 맘마먹고 잤는데 아침 7시에 일어났으니까.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분유를 타주고 갔다. 수유텀이 길었으니 얼마나 맛있을까. 어른이든 아기든 배고프면 먹는 속도가 다르네 달라. 다시 시작된 우리 둘만의 시간. 어젯밤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긴장되지만 파이팅 해보는 거야. 아무튼 우리 아기 100일 축하해. 뭘 알고 웃는 건지 방글방글 기분이 좋다. 오늘 왠지 잘 지낼 것 같단 말이야. 남편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백일까지 키워낸다고 수고했어요
또 더 재밌게 살자’. 아침부터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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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울보가 된 나무. 분명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깼길래 기저귀를 갈아주기로 했다. 기저귀가 얼굴 위로 슥 지나갔을 뿐인데 너무 놀랬는지 눈이 커지면서 큰 소리로 울어버린다. 좀처럼 달래지지 않네. 그러다 이젠 배고프다고 엉엉엉. 겨우 달래서 재우면 또 갑자기 깨서 울고 있다. 어우 진땀나는 육아 현장. 또 달래고 놀아주고 재우고. 맘마를 먹이고 화장실에 갔는데 나무 울음소리가 들린다. 점점 커지는 데시벨. 아유. 뛰어나갈 수도 없고 변비가 붙잡네 붙잡아. 엄마는 위장도 튼튼해야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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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는 사이 슬금슬금 빠져나왔다.
산처럼 쌓인 나무 빨래를 하고 집 청소를 했다. 겨우겨우 방바닥도 두 번 닦기 끝. 아침부터 쌓인 젖병들을 한꺼번에 씻었다. 빨래만 널면 되는데 나무는 아기체육관에서 잘 노는가 했더니 나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멀리 있는 것까지 잘 보이는지 나랑 나무가 거리를 두고 있어도 나를 향해 보고 있다. 가끔은 내가 뭐하는지 감시하는 것 같달까. 이젠 배가 고프단다. 어쩔 수 없이 눕히고 맘마를 타러가면 그때 또 울고불고. 마음 급한 엄마는 손바닥을 비벼서 젖병을 재빠르게 돌리지만, 아기는 크게 울고 분유는 사방으로 다 튀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에 소리 한 번 크게 지르고 싶네.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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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왔을 때 우리는 둘 다 자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쿨쿨. 오늘따라 유난히 울어서 고생한 내게 주는 보상은 통닭이었다. 갑자기 통닭파티에 신난 우리.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은 양념이 맛있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면서 낄낄낄. 고단했던 하루가 사르르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내가 미처 못 끝낸 집안일들을 하고 파래무침을 했다. 지난 번보다 맛이 별로여서 아쉬워하던데 나는 맛만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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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오늘은 우리 나무의 백일이자, 부모가 된지도 백일. 나무가 뱃속에서 있던 280일(40주)과 태어난 후 100일을 더하면 380일. 그 숫자에서 배란일 15일을 빼면 365일이 나온단다. 즉 엄마 뱃속에서 만들어진지 1년째 되는 날, 그 많은 시간을 우리가 함께 했다. 무탈하게 잘 커준 아기가 감사해지는 밤. 대견하고 기특한 우리 아가. 한결같이 나에게, 아기에게 다정한 우리 남편 덕분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남편도 나도 아기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참, 오늘 동률님 생일이기도 하네. 캬, 이런 운명적인 타이밍. 다들 축하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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