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3월 16일 화요일,

12시에 맘마를 먹고 저멀리 꿈나라로 떠났나. 새벽 맘마도 거른 채 다음날 아침 8시 40분에 맘마를 먹다니. 그것도 내가 자는 나무를 깨워서 먹였다. 피곤했던 걸까. 엄마 품이 좋았던 걸까. 우리에게도 통잠의 세계가 온 걸까. 두 세 시간마다 깨던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는데, 그만큼 우리 나무가 많이 컸나 보다. 150ml을 먹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놀아볼까나.

.

배도 부르고 많이 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웃는 나무를 보며 내 안에 밝은 에너지를 꽉꽉 채웠다. 어쩜 이렇게 예쁜 아기가 우리에게 왔을까. 100일이 지나도 여전히 신기한 나는 매일 감동받고 매일 기뻐했다. 작디 작은 손가락 발가락을 만지다 코에 갖다대고 킁킁킁. 발바닥을 전화기처럼 귀에 갖다대고 ‘여보세요?’하고 흉내를 내는 철없는 엄마였다. 밤새 모은 먼지를 떼어주고 얼굴도 깨끗이 닦아준다. 매일 고맙다고 말하는 이 말 뜻을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아가야 우리를 선택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아, 근데 어디선가 냄새가 솔솔 풍겨오네. 똥파티였다. 아이구 잘했네 잘했어.

.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왔을까.

후다닥 미역국을 데우고 밥을 먹는다. 오늘도 집안일 파워업! 젖병 씻기, 설거지, 수건 빨래, 먼지털기, 청소기돌리기를 하고 왔더니 땀이 줄줄줄 흘러 내렸다. 옷장엔 긴 팔 밖에 없길래 남편 반팔티를 꺼내 입는다. 맥심 한 잔을 타서 한 모금 마시니까 아기가 나를 부른다. 오늘도 우리가 좋아하는 거울 앞에 서서 장난도 치고 놀았다. 알록달록 동물 그림을 보면서 흉내를 내고 동요메들리로 흥을 돋운다. 어쩌다 보니 시간이 흘러서 나무는 연신 하품을 했다. 방에 들어가 팔베개를 해주니 금방 잠이 들었네. 쿨쿨쿨. 그리고 나도 쿨쿨쿨. 낮잠을 세 시간이나 잤다고?

.

하루종일 바빴을 남편은 집에 와서도 쉴 틈이 없다. 오자마자 씻고 저녁을 준비하기 바쁘고, 설거지에 나무 목욕도 시켜야 해, 내가 못 한 집안일도 해야 해, 보다만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도 봐야 해, 내가 씻으러 가면 아기도 봐야 해.. 갑자기 더 바빠보이길래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내일 내가 먹을 밥을 안치고 미역국을 끓인다고 했다. 나 내일 약속있어서 바깥음식 먹을 건데.. 아이참. 아무튼 고맙다고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루 끝에 하루를 기록하는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됐다. 나와 우리의 하루,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한 3월의 어느날. 오늘도 굿나잇.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0315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