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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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수요일,

오우, 세상에나.

어젯밤 10시 넘어서 맘마를 먹이고 잠든 나무는 아침 8시 40분에 일어났다. 오늘도 내가 깨워서 맘마를 먹였는데, 무려 10시간 만이었다. 100일의 기적은 통잠이었던가. 우리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날이 오는구나. 더 신기한 건, 잘 땐 배고픔을 모르면서 맘마를 먹이려고 자세를 잡고 수유패드에 눕히면 그때부터 정말 다급하게 울었다. 얼른 내놓으라며 후후하하 입을 바쁘게 움직이는 나무. 아침부터 귀여우면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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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떡집에 들렀다가 회사로 향했다. 회사사람들과 백일떡을 나눠먹으려는 이유였다. 말똥말똥한 나무는 큰 소리로 옹알이를 하고 누워서 침대 옆에 있는 모빌을 열심히 바라봤다. 내게 미소를 보내주기도 하네. 두 시간이 지났을까. 나무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어김없이 돌아가는 집안일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자는 틈을 타 후다닥 머리를 감기도 했다. 깰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휴우. 거품 범벅으로 만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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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이 집에 놀러왔다.

아기 낳기 한 달전에 만났는데 집에 온 건 오랜만이었다. 여전히 나무는 말똥말똥한 모습이다. 아기체육관에 데려다놓고 우리는 돈까스를 시켜 먹었다. 하필 엘리베이터 점검 중이라 배달기사님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네. 우리는 먹고 있으면서 다음 먹을 걸 고민하고 있네? 배달어플로 카페를 검색하다가 결국 동생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사오기로 했다. 나는 돌체라떼가 먹고 싶었으면서 바닐라라떼라고 말하는 바람에 다른 걸 먹어버렸지만, 아이스커피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벌컥벌컥 캬, 이 맛이야. 나무는 안아달라고, 졸리다고 찡찡거려서 우리는 소곤소곤 속삭이듯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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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가고 남편이랑 저녁을 먹었다.

어젯밤에 열심히 만든 소고기미역국과 밥은 필수 등장이오. 그리고 파래무침과 냉이무침, 남은 통닭을 데워서 배부르게 먹는다. 넷플릭스로 꽤 오랫동안 검색하다 ‘패밀리 맨’ 영화를 틀었다. 상상 속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제도 친한 언니랑 연락하면서 우리는 ‘대학생 시절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니도 나도 아기랑 함께하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남편과 아기가 내 곁에 있는 지금, 남 부러울 것 하나도 없는 나의 요즘이 참 좋다. 가슴 벅찰만큼 행복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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