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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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금요일,
나는 눕자마자 아기랑 잠들었고 남편은 바로 자기 싫다며 폰을 붙잡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유튜브타임. 어느날은 무음으로 게임하는 걸 봤다가 또 어느날은 영화나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는데 대부분은 목공이나 공구를 본다. 새벽 3시 나무가 후후하하 거리면서 입을 움직인다. 이때 필요한 건 스피드. 주저말고 맘마를 건네줘야만 한다. 시원하게 먹고 잠들었다가 9시에 눈을 떴다. 오늘도 남편을 못보고 ‘회사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로 인사를 나눴다. 여보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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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짐을 챙기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기와 떨어져 있을 시간이 많지 않더라. 자는 틈을 타서 빠져 나오려하면 얼른 나를 붙잡았다. 생각나는 것들만 종이에 적어놓고 짐을 꾸리기 좋게 근처에 모아두기만 했다. 하, 다 들고갈 수 있을까. 아기를 봤을 뿐인데 오전이 사라졌다. 세탁기는 돌아가지만 바로 널 수가 없네. 아기는 빵글빵글 잘도 웃는데 우리는 거리를 둘 수가 없네. 너무나도 밀착된 우리 사이. 그럴 바엔 쿨하게 놀아주자. 안아주자. ‘나무야’하고 부르면 웃는 모습에 또 반하고 말았다. 오늘 새롭게 발견한 것! 왼팔을 위로 쭉쭉 뻗는다. 왼손으로 사물을 꽤 잘 잡기도 했다. 오호, 우리 나무 왼팔에도 힘이 생겼구나? 오구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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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있고 국도 있고 남은 피자도 있는데 우리는 또 바깥음식을 시켜먹는다지. 최후의 만찬처럼 족발을 먹기로 했다. 나무부터 얼른 씻기고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들. 부지런히 족발을 입에 넣었다. 주먹밥도 쟁반국수도 냠냠. 새삼 조리원에서 몸보신하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족발파티였는데. 보다 만 영화 ‘첨밀밀’을 끝까지 보고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런 내용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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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짐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통영에 2주 머무를 건데 짐은 이사 수준이었다. 어제 일기에 적은 것처럼 집 통째로 순간이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 짐은 많은데 내가 입을 옷은 꽃무늬 잠옷 뿐이네.. 심지어 소독기, 역류방지쿠션, 유모차, 수유패드, 아기체육관과 모빌은 부피조차 커서 다 들고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 욕조랑 쿠션을 뺄까 말까. 소독기를 뺄까 말까. 우리는 내일 뭘 빼고 뭘 가져갈 것인가. 아유. 아침 일찍 떠날 첫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일단 잠부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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