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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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토요일,

아침 7시 반 알람이 울린다.

내가 씻고 챙기는 동안에 남편은 본가에 가서 칡즙을 받아오기로 했다. 혹시나 아기가 깰까 봐 귀를 열어두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엄마의 청각 상태. 흐린 날이라 그런지 다행히도 아기는 쿨쿨쿨 잘도 잤다. 어제 12시에 맘마를 먹였는데 9시가 다 돼가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오늘도 깨워서 맘마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다. 얼굴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힌다. 역류방지쿠션에 혼자서 놀고 있을 때 남은 짐을 꾸렸다. 남편이 테트리스를 하듯 차에 최대한 짐을 실어보지만 젖병소독기는 무리였다. 이건 놔두고 가야겠다. 두 시간 거리는 처음이라 부디 나무가 카시트에 잘 버텨주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파이팅 넘치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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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트가 불편한지 낑낑거리던 나무는 5분이 지나자 눈을 감는다. 쪽쪽이를 물려줬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가슴을 토닥토닥여주니까 깨지도 않고 통영에 잘 도착했고 엄마 아빠는 마중을 나오셨다. 나랑 이서방보다 더 반가운 건 나무였겠지. 차 문이 열리자마자 높은 톤으로 이름을 부르셨다. 비도 적게 내린 덕분에 짐을 옮기는 것도 꽤 수월했다. 젖병소독기만 없을 뿐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같은 우리 짐들. 아기를 바닥에 내리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그 다음 엄마에게 안기자마자 엉엉엉. 자다 깨서 낯설었나 보다. 그러다 금방 그치고 배시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엄마표 음식들을 먹고 우리 다섯명은 시내에 있는 한의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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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출산으로 약해져있을 나, 육아로 힘이 필요한 남편을 위해 보약을 지어주신다고 했다. 아기는 엄마에게 안겨서 잠을 자고 있었고, 내가 먼저 호기롭게 검사실에 들어갔다. 정체불명의 기계 앞에서 어찌나 쫄았던지.. 손가락 발가락을 다 찔러보는데 그냥 겁이 났다. 이번에는 복부쪽을 훅훅훅 찌르는데 더 무서웠다.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검사들 다음으로 혈당을 체크하신다. 사혈침으로 손가락을 찔렀는데 짧은 외마디와 함께 엄청 놀래는 내게 ‘이게 아프면 아기는 어떻게 낳았냐며’ 놀리셨다. 아이참. 이번엔 전기 물리치료 강약조절이 좀 무서우면서도 웃겨서 남편이랑 숨죽여서 웃었다. 원장님.. 세면 낮춰주신다 해서 세다고 했는데 왜 안 낮춰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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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을 짓고 집에 가기 전에 밈 카페에 들렀다.

반가운 사장님들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커피 두 잔과 쿠키를 사 왔다. 달달한 바닐라라떼가 맛있어서 크게 들이켰더니 커피가 반이나 줄었다. 몰래 남편 커피도 뺏아먹고 노는데 다시 저녁밥 시간이 돌아왔다. 엄마는 잡채와 조개탕, 전복구이를 뚝딱 차리셨다. 배가 안 고프다고 하면서 한 그릇 비운 나는 나중에 쿠키까지 꺼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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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데리고 처음 방문한 친정.

여기에 서 아기 소리가 나는 것도 신기하고 아기체육관과 모빌 소리가 나는 것도 마냥 신기하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짓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우리들은 밥을 먹다가도 나무를 바라봤고, 아빠랑 엄마는 틈만 나는대로 나무에게 다가가셨다. 재채기와 옹알이를 하면 좋아서 난리나는 우리집. 하루종일 좀 수월하게 흘러간다 생각했는데 나무의 잠투정에 주무시던 아빠는 깨셨고,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신다. 어찌나 울고불고하던지. 한참을 울다가 엄마가 눕히면 또 울고. 겨우 달래서 잠든 나무는 엄마에게 가 있고 우리는 오랜만에 자유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예. 잠들기 싫은 밤이다. 그런데 왜 눈이 감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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